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한국근대불교사에서 법정사항일운동 위상 밝혀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법정사 항일운동과 관련해 “▲이념성 ▲결사성 ▲무장성 등이 강하게 드러나는 향쟁으로, 단일운동으로는 일제하 불교 민족운동의 최고 정점에 있다”고 밝히며 “지방사나 종교사적 시각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역사적 평가와 사상적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광식 교수는 4일 오후, 제주법정사항일운동 재조명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근대불교사에서의 법정사 항일운동의 위상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교수는 “법정사항일운동 주도세력이 불교세력이었는지 보천교도였는지 여전히 논란 중이고 아직도 보천교도가 주도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 “이런 논란 때문에 운동의 위상정립이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법정사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사상적 기반과 관련해 멀리 임진왜란 당시의 승병활동에서 기원을 찾았다. 김 교수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당시에 승병을 이끌고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던 역사를 불교인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며 “그런 배경에서 신채호선생이 1908년에 <대한매일신보> 논설을 통해 스님들이 구국운동에 나설 것을 강조했고, 한용운 선생도 3.1운동 당시에 학생들에게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언급하며 운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법정사항일운동 당시에 김연일 주지스님도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추론했다.

김 교수는 “1910년에 나라가 망했을 때 일부 몰지각한 스님들이 일본불교와 연대를 맺고 일본 불교 종파인 조동종(曹洞宗)과 서로 포교에 도움을 주자고 조약을 맺을 때 의식 있는 스님들이 반발하며 벌인 운동이 임제종(臨濟宗) 운동이다”라며 “한용운 선생이 임제종 운동을 이끌고 한국불교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김광식 교수는 “김연일 스님 등은 외부에서 이미 이런 흐름을 이해한 후에 제주에 들어왔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선 것이다”라며 “법정사항일운동을 지나치게 제주의 운동으로 제한하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식 교수는 “법정사항일운동이 ▲이념성 ▲결사성 ▲무장성 등이 강하게 드러나는 향쟁으로, 단일운동으로는 일제하 불교 민족운동의 최고 정점에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념성과 관련해 “법정사항일운동이 뿌렸다는 격문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이념을 구체화시키기 어렵지만 유사 항쟁의 사례로부터 그 이념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한승려연합회가 1911년에 발표한 ‘승려선언사’를 거론하며 “스님들은 일본과 피를 흘리는 싸움을 통해서라도 국권을 회복하자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사성과 관련해 “법정사항일운동 거사 계획이 발각되지 않았고 수배중인 강창규가 오랫동안 체포되지 않은 점에서 강한 결사성을 확인된다”며 “한용운 선생이 이끌던 만당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정사항일운동에 화승총과 몽둥이, 돌 등을 사용했다”며 “3.1운동 직후 학승들이 만주 군관학교에 입교해 훈련을 받고 임시정부 동의하에 승려 의용대를 추진한 사례와 유사한 ▲무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법정사항일운동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연구가 미진하다. 연구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라며 “그 연장에서 자료집을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김연일이나 강창규 등 상징 인물들의 일대기를 써서 알리면 더 많은 이들이 이 운동을 자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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