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확인했다

해군이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 주변 해역에서 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

정부와 해군이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 인근 해역에서 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 해군은 10년마다 열리는 관함식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고 민군 화합과 상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기간 동안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간담회 일정도 잡아놓고 있다. 추측하건데, 문 대통령은 강정주민들과 만나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강정바다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주민들에게 고통을 입힌 것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밝힐 것이다. 그것도 공연 기획자 탁현민의 아이디어를 빌려 일부 주민들과 매우 감동적인 포옹과 눈물교환을 연출할 것이다.

청와대는 국제관함식을 통해 보수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동시에 ‘눈물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대통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청와대가 지난봄부터 줄기차게 이런 기획과 연출을 준비하는 동안 마을과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3월 임시총회를 통해 국제관함식이 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결을 했다. 해군이 당초 강정마을이 반대하면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약속과는 달리 마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 강행의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제주도의회는 제362회 임시회 회기 중 더불어민주당 이상봉 의원이 43명 도의원 전체 서명으로 대표 발의한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안’을 관련 상임위원회가 의결했다.

그러자 청와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은 강정마을을 네 차례 방문해서 관함식 찬성 여부를 다시 논의해줄 것을 요청했고, 제주도의회를 방문해 김태석 의장을 면담했다. 이후 주민들은 지난 3월의 총회 결과를 뒤집고 재투표를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관함식 찬성을 결의했다.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은 도의원 43명의 뜻을 모은 결의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마을과 지방의 작동 기제였던 초보적 민주주의를 청와대 비서관들이 나서서 무력화시킨 꼴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문재인 청와대를 통해 확인하게 될 줄이야.

최근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국방부와 해군이 국제관함식 개최목적으로 밝힌 바 있는 1)제주민군복합항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치유하고 2)제주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제주도 개최논리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으며 “오히려 지난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리며 갈등을 재발시키고 있는 게 아닌지요.”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행사는 후진국형 독재자들이 선호했던 사열식과 차이가 무엇이냐”며 “논란인 욱일기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관함식 강정개최가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돈으로 주민들 회유하고 갈등을 재조장하며, 힘으로 의회를 무력화시킨 후에 추진하는 국제관함식, 정말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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