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포함해 많은 시민들이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제주해군기지를 방문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 교수는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한겨레출판, 2012)에서 “노르웨이가 온갖 무기를 생산‧수출해 세계 7위 무기 수출국으로 군림하면서도 노벨평화상을 주는 등 ‘평화국’으로 행세한다”면서 “ 전쟁으로 돈을 별면서 표면적으로 ‘평화국’으로 남을 수 있다고 해도, 노르웨이가 속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전쟁 없이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노자 교수는 “세계 산업자본주의는 전쟁 속에서 태어나고 전쟁을 먹고 살았다”면서 “주기적 불경기로 소비재 시장이 위축될 때 적당한 투자처가 없는 엄청난 잉여자본을 가격이 안정적인 무기 생산에 쏟아부어 불황을 유보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중요한 윤영기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가는 텔레비전과 영화를 통해 전쟁과 폭력을 낭만화하고 자신들의 적을 악마화해 전쟁행위를 무조건적으로 합리화한다. 그리고 인기 연예인이 군복을 입은 장면이 뉴스를 장식하고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방송에 편성되는 것은 살육도구로써의 국가와 군대의 본질을 가리는 좋은 수단이 된다.

박 교수는 국가의 살인과 폭력에 대한 저항 사례로 프랑스 전국교사조합(SN)이나 독일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 같은 양심학자들, 국내의 ‘여호와의 증인’과 ‘조봉암의 진보당’ 등을 소개했다. 그중에 프랑스 교사조합의 사례가 주목을 끈다.

프랑스 교사조합은 우리나라의 전교조에 해당하는 단체다.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자국 군인을 영웅으로 미화하며 전쟁의 고통을 은폐하는 자국 역사교과서를 거부하는 캠페인을 펼치며 학생들에게 반전의식을 심어줬다. 100여 년 전 펼친 활동이라니 놀라운 용기와 혜안이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지난 10일에 제주도교육청이 제주국제관함식 호국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한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해군본부가 지난 4일에 제주도 교육청에 국제관함식 행사인 2018 바다사랑 제주사랑 문예제 참가 협조 요청 했고, 제주도교육청이 5일에 이를 수용해 온라인 업무 포털에 공문을 게시했다.

교육청의 이같은 ‘노력’ 때문인지, 지난 주말에 정말 많은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제주해군기지를 방문했다고 한다. 14일 저녁에 불꽃놀이 행사가 끝나자 기지를 빠져나오는데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고 한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와 관련해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의 현장에 구시대적인 호국보훈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동원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동안 경찰의 폭력으로 많은 강정주민과 도민들에게 아픔을 주었는데, 이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 먼저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평화의 섬 제주에서 4·3평화 인권 교육을 전국,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할 시대적 책무를 가진 제주도 교육청이 제주 학생들에게 군사주의 부추기는 관함식에 참가하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교육을 얘기하면서 야만에 편승하고, 평화를 주장하면서 폭력에 기생하는 이율배반의 교육청이다. 무기 수출국이면서도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며 ‘평화국’ 행세를 하는 노르웨이의 이율배반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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