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석 강경훈 서예전, 22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려

강경훈 서예전시회가 22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를 담은 작품. 작가는 서예도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을 표현한 글씨다. 취중에 글을 썼는데, 작가는 크게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손바닥 도장에서 작가의 호방함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취화선에 나오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처럼 거침이 없었고, 황진이를 사랑했던 천제 시인 백호(白湖) 임제(林悌)처럼 호방했다. 서예 작품을 감상하러 갔다가 작가의 자유로운 정신세계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중석(中石) 강경훈(姜京勳) 작가가 10년 만에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서예에 관해서야 초등학교 때 붓을 잡아본 이후 관심을 끊었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자판을 누르는 것으로 글쓰기를 대신하는 기자로서야 그리 관심이 끌리는 소식도 아니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그렇게 무디게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전시회가 ‘그렇고 그런’ 전시회는 아니라는 귀띔이 있었다. 꼭 한 번 가볼만하다는 소식에 바쁜 시간을 쪼개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작품 감상을 목적으로 예술의전당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쪽 기자가 아닌 다음에야 대체로 그렇게 산다.

강경훈 서예가는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후 맨 먼저 안내하는 작품이 ‘君君臣臣父父子子’였다.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 말기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질 당시에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구절을 빌려 자신의 심정을 써냈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한 나라에 사는 백성의 비통한 심정이 오롯에 작품에 담겼다. 작가는 작품 앞에서 “서예도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 직전에 지난 5월 한달 간 고흥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데 전시회를 시작하기 직전인 4월 27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열고 서로 손을 잡는 것을 방송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그 장면에 감동이 깊어 술을 잔뜩 마시고 쓴 작품이 ‘變通松情’이다. ‘서로 변하고 소통하며 소나무처럼 다정하게 살아라’는 의미라고 했다. 글씨 ‘松’자 오른쪽에 손바닥을 찍었는데, 취중에 감흥을 이기지 못해 남긴 것으로 보인다.

강경훈 서예가는 대학에 입학할 무렵 서예를 익혔다. 이후 대학 공부보다는 서예에 집중하며 대전에 계신 스승을 찾아가 글씨를 갈고 닦았다.

작가는 “최근 문명의 발달로 서예가 다소 침체되긴 했는데, 문화와 예술은 원형으로 복귀하려는 속성이 있다”며 서예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리고 “현대적이고 화려한 것 보다 오래되고 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서예가 매력이 있다”며 “이게 쉬웠다면 무슨 가치가 있겠나. 어렵고 다른 사람들이 꺼리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경훈 전시회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고흥 도화헌미술관 초대전에 이어 ‘다움’이란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회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만 열린다.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심사위원과 대전대학교 서예학과 외래교수를 역임했고다. 현재 정의향교에서 인문학 고전 강좌와 서예 강좌를, 소암기념관에서 서예 강좌를 맡고 있다.

최근 서귀포에서 문하생들을 모아 서예를 가르치는데, 그 모임이 ‘삼무서회’다. 삼무서회는 해마다 대만 포일서법협회와 교류전시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강경훈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같은 장소에서 교류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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