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은 낭만이자 로망이다. 최근 TV를 보면 거의 모든 프로는 먹방이 대세인 시대다. 육지는 물론 제주와 해외 어느 관광지에서도 푸드트럭, 캠핑카등에서 요리하는 음식은 무엇이든지 맛있어 보일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듯 푸드트럭은 누군가들의 로망이자 부러움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푸드트럭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인 만큼 핫 아이템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나에게는 인생 푸드트럭이 있다. 혈혈단신 제주로 내려오게 되면서 굶주렸던 나의 배고픔과 헛헛했던 그리움을 달랬던 곳 중 하나가 바로 푸드트럭이다. 아쉽게도 ‘신나게 프로젝트’는 오늘이 마지막 연재가 되었다. 어디를 마지막으로 소개를 할까 고민하다가 내 그리움이 멈춰섰던 곳, 마음 속 고향과도 같은 그 곳으로 가보려 한다.

제주에 내려와 동홍동에 살게 되면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게 되었고, 동홍동 하면 빼놓을수 없는 것이 바로 ‘솔오름’이다. 올라갔다 내려오면 1시간, 그 사이 꽤 다리가 뻐근해지면서 운동하기 딱! 좋은 곳이 미악산 이라 불리우는 솔오름이다. 실제로 소가 방목되어 있어 소똥도 밟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책을 하다가도 나름 경사가 꽤 되는 계단을 밟는 구간을 올라서면 땀 흘릴 수 있는 서귀포 시내의 오름이다. 가끔씩 도심 속 패러글라이딩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서귀포의 풍경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식히며 마실 수 있는 시원한 음료와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오름 산책의 완성이 된다. 지역주민들의 명소로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솔오름 전망대’가 있다. 그 곳에는 3대정도의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곳은 정식허가를 받고 있는 합법적 푸드트럭이다.

이 곳 중에 ‘원조 솔오름 전망대’라는 빨간색 푸드트럭으로 찾아가본다. 참 오랜만이고,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예쁘고 고우신 사장님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주셨고, 예나 지금이나 환한 미소로 왜 이렇게 오랜만이냐며 반갑게 건네주시는 인사는 지금도 따스했다. 그 간의 안부를 여쭙고 반가움을 뒤로하고 그 곳에 적힌 메뉴판을 훑어보게 된다. 여전히 입 맛을 당기는 메뉴가 가득하다. 착한가격의 커피와 음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눈이 더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나 하나씩 주문을 하겠다는 내 욕심이 불끈 솟아난다.

달궈진 널따란 불판 위에 토스트를 올려두고 그 옆에는 야채와 계란을 뒤섞어 빨리 먹었으면 좋을법한 비주얼이 눈앞에 동시에 서서히 익어가기 시작한다. 빠른 손놀림과 시간을 재지 않아도 적당히 구워지는 과정은 그 간의 내공을 보여주는 듯 일사분란하게 내 두 손 앞에 내어진다. 얼른 받아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베어 물어본다. 토스트는 살짝 뜨거울 때 입천장을 데지 않도록 먹는 기술이 필요하다. 먹다 살짝 뱉으면 안 먹느니만 못하니 자기만의 호흡과 리듬을 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한다. 몇 년 만에 다시 먹는 토스트의 맛을 보니 파노라마처럼 그 때의 기억에 웃음이 스며든다. 돈이 없어서 끼니를 때우거나 여행객들에게 나만의 맛집이라며 데리고 가면 늘 좋아했던 그 때 그 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나에겐 토스트 이상이었고, 제주에서 새롭게 시작한 내 지난 청춘의 전부이자 가난했지만 어렴풋했던 꿈과 희망이 담겨있는 토스트이다. 내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오래오래 삼춘께서 건강하셔서 이 맛을 기억하는 더 많은 사람들의 입 맛과 추억의 맛으로 더더욱 행복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곳에서는 즉석에서 끓여주는 냄비라면이 있다.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한 그릇 안 먹고 지나가면 섭섭한 것이 ‘원조 솔오름 전망대’ 푸드트럭이다. 화력 좋은 가스 불에 양은냄비에 즉석에서 면을 휘이 휘이 저어주면 서서히 라면이 익어간다. 불을 끄기 조금 전에 계란 하나를 탁! 풀고 잠시 기다렸다가 불을 끈다. 종이컵에는 집에서 담가오신 김치를 내어준다. 냄비채 받아 고개를 쳐박고 흡입한다. 옆에서 말이라도 걸면 짜증낼지 모르는 먹방의 절정을 달리게 된다. 오름 밑에서 갓 끓인 냄비라면에 집 김치를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아침에도 점심에도 늦은 밤에도 이 생각에 몇 번을 갈까 말까 고민했던 그 시절이 있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쌀밥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영양실조 걸리기 일보직전의 건강한(?) 총각이 스스로에게 다짐에 다짐을 하며 꾹 참았던 시절이었으니까...,,

 

뜨끈뜨끈 푹 담겨있는 어묵은 맛 좋기로 소문난 부산지역의 미도어묵을 쓴다. 그 때문인지 요즘처럼 화려한 육수재료를 넣지 않아도 국물 맛이 끝내준다. 국물의 깊은 맛에 푹 익히거나 살짝 덜 익힌 어묵을 골라먹는 재미가 좋고, 삶은 계란까지 함께 먹으면 서서히 배가 불러온다. 조금 있으면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가 다가온다. 오름을 다녀와서 차가워진 몸을 녹일 때 어묵 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감귤작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잠깐의 휴식과 함께 바다와 한라산을 향한 시선을 찬찬히 돌려보면 참 좋다. 추위에 빨개진 내 귓불에 어묵이 담긴 뜨끈한 종이컵은 내 뜨거웠던 지난날의 청춘의 온도였다고 치부해본다.

 

마지막으로는 바삭바삭하게 기름에 갓 튀긴 핫도그를 빼놓을 수 없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어본 사람이 없다는 이 곳의 핫도그에 대한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이 곳의 핫도그를 SNS에 올렸던 적이 있었다. 그걸 본 육지분이 밤에 핫도그 먹으러 갔다가 체하고 탈이 나서 병원 응급실에 갔다며 나와 이 핫도그를 원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바삭한 핫도그 정말 맛있다. 멋지게 케찹을 뿌리고 드넓게 펼쳐진 멋진 서귀포 바다를 내려다보며 먹는 핫도그는 요즘 프랜차이즈로 한창 인기를 끄는 그 어떤 핫도그보다 따뜻했고 훌륭하고도 아름다웠다.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이 푸드트럭이고, 제주를 다니다보면 흔하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푸드트럭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인생 샷이 있고, 인생 여행지가 있듯이 인생 푸드트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지난 날 솔오름 한 켠 묵묵히 문을 열었던 그 작은 푸드트럭 한 대는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내 방황과 실낱 같았던 내 작은 꿈, 안개처럼 보이지 않았던 내 희망이 어쩌면 ‘원조 솔오름 푸드트럭’ 한 대 때문에 이어져 나갈 수 있었을테니까..

 

 

위치 : 동홍동 솔오름 전망대

오픈 : 오전 7시 ~ 오후 7시

휴무 : 비오는 날

문의 : 010.7179.4402

 

(페이스북 : 신대장 / instagram : jeju_by.shin / 블로그 : blog.com/red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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