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때 받은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 북한에 귀한 과일로 화해 조성 기대

평양에 수송되기 전 제주공항에 쌓인 귤.

청와대가 제주산 귤 10kg 상자 2만개를 북한에 보냈다.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북한이 우리 정부에 송이버섯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최근 제주자치도가 귤을 남북화합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도 상통하는 일이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7일, 제주국제감귤박람회 개막식에서 “제주가 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데 앞장 서겠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주에 온다면 맛있는 제주산 감귤을 꼭 맛보여 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과거에 북한에 감귤보내기 운동으로 남북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사례를 언급하며 제주가 남북화합을 이루는데 앞장설 뜻을 밝혔다.

그런데 원 지사의 언급이 있은 4일 뒤, 청와대는 군용기를 이용해 북한에 귤 200톤을 선물했다. 다수의 언론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1일에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고 전한 사실을 보도했다.

김 대변인은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을 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도 덧붙였다는 것.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이 군 수송기를 타고 평양으로 가서 북한에 귤을 인도한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에 즈음해 총 3차례나 송이버섯을 남한에 선물했는데 남한이 이에 대한 답례 선물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측 군 수송기 C-130이 11일 오전 8시 10kg 기준 제주감귤 5000상자(50t)를 싣고 평양 순안공항을 향해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0㎏ 2만 상자가 북측에 전달된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제23회 농업인의 날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대회’에서 격려사를 통해 “당도 12브릭스(Brix)이상으로 엄선한 제주산 감귤 200톤이 오늘 아침 8시 군 수송기를 타고 북한으로 출발했다”며 “감귤 보내기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각종 모범사례가 됐던 제주 감귤이 남북 평화와 농업교류에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원 지사가 지난 7일에 감귤을 통한 남북화해를 거론한 것과 청와대가 귤을 외교 답례품으로 보낸 일들을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최근 북한에 감귤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 제주자치도와 긴밀하게 협력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2년 동안 감귤·당근 북한 보내기 등을 통해 교류협력을 선도해 왔으나,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로 인한 5·24 대북조치와 UN 및 미국의 대북 제재로 인해 중단된 상태였다.

답례품으로 첫 북한 수송이 이뤄짐에 따라 지난 2010년 이5·24 대북조치 이후 중단됐던 제주 감귤보내기 사업이 재개될 지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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