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사, 사흘도 안 돼 새들에게 또 당했다

 

술렁술렁 밭 구석 맴도는 검은 그 눈빛, 그때 알아봤어야 했어 하필 그 뻐꾸기 소리, 그때 알아봤어야 했어,

잠깐 흘린 그 소리 콩밭에 콩알콩알 까만 똥들 콩알콩알 아침부터 닭벼슬 같이 약이 바싹바싹 올라

 

네 이놈, 나타나기만 해

붉은 눈만 굴렸네

-時 ‘새들과 병작하다’ 전문

 

귤을 수확하는데, 유독 새들의 공습을 받은 게 많다. 가위질을 하던 아내, 서운함을 못 이겨 한마디 한다.

“이 놈의 생이들”

뻐꾸기 때문에 약이 바싹 올랐다는 시인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농업은 새뿐만 아니라 비와 눈, 바람 등등 대자연과의 병작이다. 그걸 깨우치고나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시는 장영춘 시인의 시집<단애를 걸다>(황금알, 2018)에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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