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최남단 방어축제 준비로 분주한 모슬포항

보리밥과 방어회를 김에 싸서 먹었다.
모슬포항에 방어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모슬포항으로 가는 동안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항구를 떠돌며 20대를 보낸 때문에 부두에 서면 코끝에 쓸쓸함이 찾아든다. 저 바다 끝 어디에 있을 그리운 이름들이 떠오른다. 갈매기는 그 쓸쓸함을 위로하는 벗이다.

김영남 시인은 ‘모슬포에서’라는 시에 ‘모-스-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몸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라고 했다.

포구는 원래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곳이다. 시인은 ‘모슬포’라는 이름만 불러도 떠나간 여인을 떠올린다는 이유다.

방어축제가 개막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모슬포항은 벌써부터 관광객들로 붐빈다. 부둣가 식당의 수조마다 방어들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행인들을 쳐다본다. 그 거대한 몸짓을 보는 것 만으로도 몸에 기운이 차오른다.

방어회가 택배를 통해 전국으로 공급된다. 식당마다 방어회를 스티로폼 상자에 포장하는 소리가 진동한다. 승합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벌써 음식점을 채우고 있다. 축제가 개막하기도 전에 이미 잔치는 시작됐다.

방어축제 거리.

방어는 우리 나라의 동해안과 남해안에 많이 분포했는데 최근에는 서해안에서도 많이 잡히고 있다. 정어리·멸치·꽁치 등을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탓에 이들을 쫓아 5월 초순부터 한여름까지 북상해 회유(洄游)하고 늦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우리나라 연안으로 남하한다.

모슬포 방어는 전국에서도 육질이 쫄깃하기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있다. 방어는 러시아 연안까지 북상한 후 먼 거리를 헤엄쳐 이곳에 도착한느 동안 엄청난 운동량을 남겼다. 그리고 이고세 바다에서 모슬포의 거센 물살까지 거슬러야 한다. 그 험난한 여정은 방어의 몸에 오롯이 근육을 남겼다.

모슬포 방어맛을 보기 위해 음식점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방어회와 방어정식, 방어구이 등 식당마다 메뉴를 내걸었는데, 대부분 기본이 2인분이다. 혼자인 탓에 방어 맛을 보기 어렵겠거니 낙심했는데, 한 음식점이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두툼하게 썬 방어를 한 접시 내왔고, 양파와 부추를 양념간장에 담은 소스를 내왔다. 그리고 김과 초고추장, 된장, 마늘, 김치, 버섯 장조림 등 기본 반찬을 곁들였다. 여기에 보리밥 한 공기까지 더해 1만5000원이다.

수조 안에 있는 방어들.
방어회 한 접시.

음식점 주인이 알려준 대로 김에 밥을 조금 올린 후, 그 위에 회 한 점과 소스를 얹히면 한 입 가득하다. 부드럽고 쫄깃한 회가 보리밥의 가슬가슬한 느낌과 조화를 이룬다. 거기에 양파와 부추의 맛이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맛을 잡아준다.

회를 접시 가득 준 탓에 다 먹지 못하고 두어 점 남겼다. 애주가라면 이런 경우 소주 한 잔은 마셨을 텐데 술을 멀리하는 탓에 느낌만 간직하고 왔다.

주변에 물어보니 작년과 달리 올해는 방어가 꽤 많이 잡힌다고 한다. 29일부터 펼쳐질 잔치가 무척이나 풍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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