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서귀포 건축문화기행 김순선 해설사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를 지나 가우디가 건축한 대성당과 람브란스 거리를 걸으면, 불과 몇 시간 동안 몇 세기를 넘나드는 것만 같다. 건축물의 형태와 쓰임, 조화,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알게 되는 가우디 투어는 이 도시를 여행하는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 되었다. 서귀포에도 건축물을 통해 여행을 하는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서귀포시와 위탁 운영을 맞은 유한회사 퐁낭은 10개 코스 시범투어와 이론·현장학습·실습 등으로 구성된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해오고 있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해설사 기초 및 심화과정을 수료하고,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순선씨는 여행객들이 건축물의 형태와 쓰임 그리고 조화로움에 대한 안목은 물론, 건축물이 갖는 사회적, 역사적 의미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관광경영학을 공부한 김순선 씨는 관광문화정책연구원을 거쳐 서울 인사동 관광정보센터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안내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을 맡아왔고, 이후 가족들과 제주로 이주해 10년 가까이 ‘제주 번영을 위한 평화포럼’을 총괄팀장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바쁘게 살아온 김순선씨는 아들 셋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지난해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 일을 줄였고, 그 틈에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진행된 해설사 기초, 심화 과정을 수료하고 최근 시범투어를 통해 해설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으로 운영되는 10개 테마 코스를 따라가면 강병대교회, 구대정면사무소와 같이 5-60년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김순선 씨는 그 건물들이 건축문화기행으로 역사적 가치를 부여받지 못했다면, 여느 건물들처럼 헐리거나 관리되지 않아 흉물스러운 건물로 남을까 염려스럽다고도 했다. 중세의 건축물들은 지금까지도 유럽 곳곳에서 잘 보존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거리를 찾고, 현대 건축물 중에도 중세적 분위기를 내기위해 노력하는데, 우리의 옛 거리는 박물관이나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다는 한계를 마주했다는 것. 하지만 김순선씨는 건축문화기행을 통해 제주가 건축이라는 자산을 확보했다는 생각에 기쁘고 또 자신이 기여할 수 있어 기쁨이 크다고도 전했다.

실제로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시범 투어에 참여한 여행객들은 유명관광지 위주가 아닌 서귀포 건축물을 주제로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신선함을 최고의 장점으로 뽑았다. 유럽을 여행하며 우리가 찾고 감동하는 것은 유명 예술인의 작품이거나 문화와 역사의 스토리를 가진 건물이다. 문화와 역사가 담긴 스토리가 곧 관광 상품이 되어 전 세계 여행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서귀포의 건축물의 가치를 알리고, 높여 가고 있는 김순선씨를 포함한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해설사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