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17일, 4‧3수형인 18명 재심재판에 ‘공소 기각’ 결정

재심재판 선고공판에 참석한 생존수형인들. 재판부가 '공소 기각'을 결정하자 억울한 옥살이 끝에 누명을 쓰고 살아온 70년 한을 풀었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양동윤 도민연대 대표가 재판 결과에 대해 입장을 전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이 제주4.3 재심 사건과 관련해 생존수형인 18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소 제기가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군법회의가 70년 전 이들을 재판하고 구금한 일체의 행위가 모두 효력이 없다고 선언한 것으로, 사실상 수형인들에게 무죄를 선언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양근방(87)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이날 법정에는 재심청구인 18명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16명이 참석했다. 불참한 수형생존인들을 대신해 자녀들이 법정에 출석했다.

제갈창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열린 재심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동안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도 남겼다.

제주4‧3생존수형인 18명은 지난해 4월 19일에 제주지방법원에 제주4‧3군법회의 재심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제주지방밥원은 청구소송이 제기된지 1년 6개월 뒤인 지난해 9월 3일,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기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 입증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에 대한 재심재판이다.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한 수형인 명부가 수형인들에 대해 남은 유일한 근거자료다.

재판부는 당시 수형인에 대해 영장발부가 확인되지 않은 점, 영장발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최대 40일 구속을 넘지 않아야 하는 점,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특별공무원의 직권남용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그리고 4·3 수형인들에 대해 불법적인 구금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그 실체적 진실을 재판을 통해서 바로 세워보자는 취지로 재심결정을 내렸다.

검찰도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즉각 항고를 포기했다. 70년 전 공소기록이 현재까지 남아있지 않아 검찰도 청구인들의 유죄를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청구인들의 진술과 당시 정황 등을 기반으로 공소장을 재구성했고 12월 11일 법원에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원을 70년 전 재판과 현재의 재심 재판이 동일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2018년 12월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스스로 청구인들의 유죄를 밝힐 의지와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것. 변호사도 무죄 혹은 공소기각을 요구했다. 결심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함께 ‘공소 기각’을 요청자 재판의 향방은 이미 결정난 상황이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임창의 할머니는 최후진술을 자청하고 “나는 죄가 없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70년 가슴에 맺힌 한을 토해내는 짧고 조용한 한 마다가 재판장에 남긴 울림은 컸다.

17일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공소 기각’을 선언한 후 재판장 안팎은 감격의 도가니가 됐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2시에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당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행위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켜내 사법정의를 실천한 재판부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심개시결정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고 재심에서도 공소를 기각해달라는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한 제주지방검찰청의 배려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의 판결은 수형생존인 18명의 명예회복은 물론 4‧3당시 불법군사재판에 의해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라며 “4‧3 해결과정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는 불법군사재판에 희생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국회는 4‧3특별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판결에 이르기까지 성원을 보내준 도민과 국민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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