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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과 ‘풍상씨’에게 가정을 허하라[데스크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장태욱 | 승인 2019.02.01 17:32
드라마 '스카이캐슬'(좌)과 '왜그래 풍상씨'(우)의 장면이다. (사진은 유튜브 화면 캡쳐.)

겨울방학을 맞아 모처럼 일가족이 저녁을 함께 보낸다. 아이들을 일찍 뭍으로 내보냈기 때문에 평소에는, 혹은 다른 가족들은 맛볼 수 없는 잠시 동안의 정겨움이 있다.

그런데 아빠를 제외하고 남은 이들이 며칠 드라마 삼매경에 빠졌다. 아이들은 장안에 화제를 몰고 왔던 ‘스카이캐슬’(JTBC, 금‧토)에 열광하고, 엄마는 ‘왜그래 풍상씨’(KBS2, 수‧목)에 가슴 졸인다. 드라마에 몰입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말려보려고도 했지만 소용이 없다. 타협도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각 2회분 정도는 함께 시청도 했다.

‘스카이캐슬’은 입시지옥을 소재로 그린 드라마다. 부모들은 아이를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지옥 같은 경쟁에 내몬다. 스카이캐슬로 상징되는 상류층 사회에서는 형제도 친구도 모두 명문대 진학의 경쟁상대일 뿐이다. 이 지옥에서 소위 ‘코디’라 불리는 입시전문가가 있어 아이들을 명문대학으로 안내한다. 그런데 코디의 역할이란 궁극적으로 입시 성공을 위해 아이들의 인격과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형제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맏이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5형제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는데 남은 어머니마저도 개념이 없다. 말만 어머니이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자식도 버린 여자다. 그런 가운데 남은 형제들을 책임지기 위해 맏이 ‘풍상씨’가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드라마 속 형제들은 그런 맏이의 비애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바쁘다. 그리고 풍상씨는 간암에 걸렸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형제들은 서로 다투기 여념이 없다.

소개한 두 개 드라마는 각각 ‘입시’와 ‘맡이’라는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넓게 보면 ‘가족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공통점이 있다.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부모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녀들을 지독한 경쟁에 내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 아이들이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리지만,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모두 자녀의 장래를 위한 행동이라 자위하고 변병하지만, 아이들도 부모들도 모두 문제의 ‘코디’처럼 괴물이 되어갈 뿐이다

‘왜그래 풍상씨’의 가족들도 풍상씨의 아픔에 관심이 없다. 어머니라고 불리는 여자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다른 형제들에게 맏이를 모함하고 형제들을 이간질한다. 남은 형제들은 자신의 상처 뒤에 숨어 풍상씨에게 원망을 일삼을 뿐이다. 풍상씨에게는 가족이 있되 가정은 없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 사람들이 자주하는 속담 가운데 ‘얘야, 너무 늦지 말고 들어오라’라는 말이 있다. 낮에 썰매를 타고 얼음을 깨고 낚시를 하는 일이 아무리 재미가 있더라도 밤이 되면 춥고 위험하기 때문에 일찍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뜻일 게다.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늦지 않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을 가족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포근하게 데워진 방과 맛있는 음식, 따스한 격려가 기다라는 공간, 우린 그런 공간을 가정이라 부른다.

혹시, 아이가 밤늦도록 학교나 독서실에서 공부하길 기대하는 부모들도 방학 기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너무 늦지 말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 맛있는 음식과 따스한 격려가 기다라고 있다면 스카이캐슬이 상징하는 입시 지옥이, 그리고 풍상씨의 막장 가정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명절이다. 포근한 가정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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