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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례2리 포제, 마을 결속의 비결을 보다7일 입제 후 주민들 모여 한바탕 잔치, 9일 새벽 엄숙한 제례
장태욱 | 승인 2019.02.10 23:02
하례2리 마을 포제.
입제 후 마을에는 한바탕 잔치가 열린다.
마을 주부들이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이다.
포제에 제물로 올려진 돼지 한 마리.

 

축문.

 

마치 마을에 큰 잔치가 벌어진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자정 무렵에 제단에 생 돼지 한 마리를 올려놓고 주민들은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렸다. 제단 밖에서는 주민들이 모닥불을 쬐면서 숨죽이고 그 과정을 지켜봤다. 제주의 전통 의식인데, 이주민들도 제관으로 많이 참여했다.

제주에서는 음력 정월이면 마을별로 포제(酺祭)를 지낸다. 마을사람들의 불상사를 예방하고 오곡의 풍성함을 기원하는 제사다. 마을을 지켜주는 자연신인 토신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사는 토신에게 올린다.

제주에서 언제부터 포제를 지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9세기에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에 금지됐다가 해방 이후에 복원되었다.

포제는 대상이 자연신인 점에서 무속의 요소를 지니지만, 제사의 절차는 유교적이다. 마을은 초헌관(初獻官)·아헌관(亞獻官)·종헌관(終獻官) 등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제관들을 미리 선발한다. 이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한 장소에서 근신한 후에 포제단으로 나가 제를 올린다.

하루 가운데 낮이 인간의 시간이라면 밤은 야생의 시간이다. 낮에 사람을 피해 있던 야생의 것들이 문명이 잠든 시간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다. 포제가 토신(자연신)에게 올리는 제사이기 때문에 문명의 방해를 받지 않는 밤에 제를 올린다. 포제단도 인가에서 떨어진 곳이 대부분 이다.

남원읍 하례2리(이장 고정원) 포제에 함께했다. 하례2리는 서귀포시에서도 육지부에서 이주한 주민들 비중이 높은 곳임에도 포제가 현재까지도 성대하게 이어지고 있다.

포제 일자는 음력 정월 첫 번째 정(丁)일로 택하고, 만일 연기가 필요하면 중정(中丁)일을 택한다. 정월을 넘길 경우는 포제를 지내지 않는다. 금년 포제도 첫 번째 정일인 9일(丁丑)에 열기로 했다.

지난 7일에 마을회관에서 입제한 후 9일 새벽에 포제단에서 제를 올렸다. 입제 후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눴다.

금년 포제에 선발된 제관은 초헌관(박영만)·아헌관(김만수)·종헌관(문보성)·집례(현종수)·대축(강민구) 찬인(김광수)·찬자(조인래)·봉로봉향(조재연)·봉작전작(고진호) 등 총 10명이다.

입제 후 건장한 부인들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주민들은 제관에게 찾아와 문안 인사를 올리고 부조금을 전한다. 제관들은 찾아온 주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마을회관에는 여느 잔칫집과 비슷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포제 전날 저녁 7시 무렵 제관들은 마을회관 마당에서 예행연습을 실시했다. 초헌관이 포제를 총괄하기 때문에 초헌관의 지시에 따라 포제를 실수 없이 치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다.

예행여습을 마치고 잠시 기다렸다 11시 무렵에 주민들은 제물을 들고 포제단으로 이동했다. 포제단은 하례2리 마을회관 서쪽 가까운 곳에 있다. 마을 청년들이 미리 포제단에 등불을 밝히고 주민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입구에 모닥불을 준비했다.

포제 때에는 제물로 돼지 한 마리와 쌀, 과일 등 과거에 귀하게 여겼던 음식을 준비하는데, 반드시 가열하지 않은 상태로 올린다. 토신은 문명의 손을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생명을 좋아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자시(子時)가 되어 천지사방이 고요할 때, 대축을 맡은 제관이 “알자인헌관위하부침문외위, 알자인축급제, 집사입지단남배위”라고 축을 읽으면 제관들이 자리를 찾았다. 포제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제관들이 제사를 지내고 나면 포제단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포제단에 와서 절을 올린다.

하례2리 포제에서 눈에 띠는 점은 마을에 이주한 지 2~3년밖에 되지 않는 주민도 제관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포제라는 제주의 제례의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부조나 제관으로 참여해 서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설 명절이 가족의 결속을 다지는 의식이라면 포제는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두 번째 명절이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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