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春景(영주춘경) : 제주도의 봄 경치 

                                       - 漢山 姜榮日 (한산 강영일)

瀛州朝靄散晴天(영주조애산청천) 영주의 아침노을 맑게 갠 하늘에 흩어지고
徹夜漁僗現釣船(철야어로현조선) 밤새도록 고기 잡던 어선들이 나타나네
風暖橘園農務夥(풍난귤원농무과) 바람 따뜻하니 감귤밭 일이 바빠지고
雨濡田圃耨耕連(우유전포누경연) 비가 내린 밭에 밭 갈기 이어지네
千年故國思城上(천년고국사성상) 제주 성 위에선 탐라 고국 생각나고
三姓神人想穴前(삼성신인상혈전) 삼성혈 앞에서는 고 양 부 삼성이 떠오르네
二月漢山殘雪見(이월한산잔설견) 이월이라 한라산 잔설이 보이는데
春花賞玩踏溪邊(춘화상완답계변) 봄꽃 감상하며 시냇가를 거니네

2월, 한라산에 잔설이 남은 모습이다.

◉ 解說(해설) -魯庭 宋仁姝 (노정 송인주) 

이 시는 칠언율시(七言律詩), 평기식(平起式)으로 쓴 시이다. 이 시의 운자(韻字)는 1, 2, 4, 6, 8句(구) 끝부분의 글자들로 ‘天, 船, 連, 前, 邊’이다. 수련(首聯)의 1구(句)에서는 맑게 갠 봄 날, 제주도의 맑고 고운 아침 노을이 흩어지는 모습을 읊고 있다. 2구(句)에서는 시야를 조금 넓혀 드넓은 바다에서 평화롭게 고기잡이하는 어선을 그려내고 있다. 함련(頷聯)에서는 한 해 농사를 알리는 농촌의 바쁜 일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은 ‘風暖(풍난)-雨濡(우유), 橘園(귤원)-田圃(전포), 農務(농무)-耨耕(누경), 夥(과)-連(연)’으로 대구(對句)를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있다. 경련(頸聯)의 첫 구에서는 작자가 한가로이 성 위에 올라 탐라의 천년을 회상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두 번째 구에서는 삼성혈 앞에서 고(高)·양(良)·부(夫) 삼성(三姓)을 떠올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작자는 이 시에서 삼성의 조상을 삼성신인(三姓神人)이라고 표현하며 제주도 탄생 신화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 부분도 千年(천년)-三姓(삼성), 故國(고국)-神人(신인), 思(사)-想(상), 城上(성상)-穴前(혈전)으로 대구(對句)를 이루고 있다. 율시(律詩)의 꽃은 대구(對句)이다. 한시(漢詩)를 짓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대구(對句)부분이다. 이 시는 대구(對句)를 훌륭하게 처리하면서 높은 수준의 한시 창작의 묘를 발휘하고 있다. 
미련(尾聯)에서도 여전히 작자의 한가로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시의 작가는 90세가 넘으신 고령인데도 음풍농월(吟風弄月) 하면서 봄 경치 속을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노년이지만 고고한 자세로 시를 읊는 작자의 모습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전원의 학(鶴)이 연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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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창립된 영주음사(瀛洲吟社)는 선조들이 지켜온 운문학 전통을 계승하며 한시 창작의 맥을 잇고 있다. 후학들에게 한시 창작과 이론 지도를 펼치면서 도덕성 회복을 꾀하고, 선조들이 지켜온 근체시격(近體詩格) 한시 창작 활동의 전통을 계승하며, 제주도 한시 문학 및 우리나라 한시 문학 발전에 일조함을 목적으로 삼아 꾸준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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