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이후 90일 사이 녹지병원측은 소송 준비, 원희룡 지사의 결단한 듯

녹지국제병원 출입구가 개원 시한일인 4일까지도 굳게 잠겼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일부 관리직원들이 출근해 시설유지에 종사하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여부를 결정할 운명의 날이 밝았다. 제주지치도가 녹지국제병원에 개원허가증을 발급한 지 90일이 지났지만 병원측에 정해진 기간 동안 개원 준비를 하지 않았다. 법이 정한 개원 시한 마지막 날을 맞았지만 병원 출입구는 굳게 잠겨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다.

원 지사의 발표는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에 반해는 결정이어서,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국내 의료단체들은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개원을 허가할 경우, 의료양극화를 초래하고 건강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의료 공공성이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보건의료분야 종사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영리병원 불허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제주에 집결해 원 지사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병원개설허가를 신청한 녹지국제병원측도 원 지사의 선택에 반발했다. 제주자치도가 지난해 12월 5일에 개원허가서를 발급했을 때, 녹지병원측은 의사면허증을 제출하는 등 개원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개원과 관련해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진료의 대상을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2월 14일에 제주자치도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주장과 공방,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에 법률이 정한 90일이 흘렀다. 제주자치도가 개원허가를 냈지만, 병원측이 전해진 90일내에 개원을 하지 않을 경우, 개원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

<서귀포신문>이 녹지국제병원 등기부를 열람한 결과, 병원 건물에 대해 건축대금과 관련해 천억원이 넘는 가압류 결정이 내려졌다.(사진과 편집 장태욱 기자)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에 성명을 내고 “녹지국제병원 건물은 2월 14일자로 21억 4866만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녹지국제병원이 또다시 추가 가압류를 당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7년 10월 31일 대우건설(528억 6871만원), 포스코건설(396억 5180만원), 한화건설(292억 8091만원)이 제기한 가압류 소송에 대해 총 1218억원의 가압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사대금조차 갚지 못해 녹지국제병원이 가압류된 상태였다면 재원조달방안과 투자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서 개설 부적격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녹지국제병원 측은 개원 시한 마직막 날인 4일에도 병원 운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일 오전 병원 현장을 확인해보니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출입문은 굳게 잠겼다. 그리고 시설 관리직원들이 병원 각처에서 일하고 있었다.

녹지병원 관계자는 “관리직원들과 일부 의료 직원들이 출근해 근무하고 있지만 병원 개원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녹지코리아 본사에서 어떠한 지침도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기사보강 : 4일 12시 10분]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4일 오전 10시,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주자치도는 녹지국제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3월4일)을 지키지 않으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4일 녹지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위해서는 당사자등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청문’절차를 이행하도록 명시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측의 개원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지난 2월 27일 있었던 개원 준비상황 현장 점검 기피행위가 의료법(제64조, 개설 허가 취소 등) 위반임을 알리는 공문도 4일자로 각각 발송했다고 밝혔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측은 개원기간 만료가 임박하자 지난달 26일 제주도에 “행정소송과는 별개로 제주도의 개설허가를 존중하여 의료기관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해 왔다. 그런데 다음날인 2월 27일에는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가 실시한 현지점검 시 관계공무원의 병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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