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시공사, 2019)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시공사, 2019)의 저자 장 지글러는 스위스의 사회학자이자 유엔인권의 자문위원이다. 사회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빈곤과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썼다. 저자의 인류애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책에 오롯이 담겼다. 

자본주의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자본(운용해서 이익을 만들어 내야 할 종잣돈)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 대부분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 실체가 모호해 논의는 늘 현재 진행형이다.

자본주의사회에 살지만 자본주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일반인들은 생각해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계속되는 자본주의 역사에 대해 기술하고 마음이 무겁게하는 자본주의 폐해를 대화 형식으로 전달한다. 

1장(자본주의가 불러온 재앙)에서는 자본주의는 식인풍습을 만들며 소수를 위한 풍요와 대다수에 대해 궁핍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폐해는 뿌리를 뽑아야 하지만 자본주의가 달성한 과학기술의 눈부신 업적은 보존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장(수백년 묵은 투쟁의 역사)에서는 노동자의 희생의 댓가로 부자가 되어가는 자본주의자와 노동자 두 계급의 투쟁의 역사를 말한다. 그리고 찰스 디킨스의 작품 '올리버 트위스트'에 나오는 착취당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자들의 천국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이뤄졌다"는 빅트로 위고의 명언을 소개한다.

3장(사유재산이라는 중대한 실수)에서는 자본주의자들이 착취를 정당화하는 토대가 되는 사유재산권이 자코뱅파(부르조아 중심의 급진파)에 의해 신성불가침의 반열에 오르며 재앙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유재산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건 집단의 이익을 희생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 재앙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8장(무제한적인 이익을 위한 광기)에서는 자본가들은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고 이는 자연의 법칙이라며 자신를 합리화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계는 왜 불평등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책을 읽은 후, UN난민기구친선대사 정우성씨가 TV에서의 모금이 과거와 달리 단순한 선행행위로만 보이지 않는다.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은 단순한 가난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갑을 채우기 위해 착취당한 결과이고, 그 착취는 구조적이고 영구적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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