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의 짧은 여행 ②] 팔번궁신사와 에보시다케 전망대

팔번궁신사 경내에서.

덕혜옹주 결혼봉축비 인근에 팔번궁신사가 있었다.

일본에는 기독교 신앙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신사 신앙이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울창한 숲의 기운과 낡은 계단과 정자, 청마와 산속 맑은 샘물은 일본인만의 토착신앙이자 민족종교로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사라는 것은 신도들과 신들을 모시는 곳이다. 신도들은 자연에 깃들여 있는 정령, 과거의 영웅, 죽은 조상, 위인 등을 모시고 숭배하고자 신사를 만들었는데, 신사마다 다섯 개의 도리이(문)가 있는 게 특징이다. 도리이는 새(鳥)라는 의미로 천상계와 지상계를 이어주는 매개물이라 한다. 문의 모양이 신사마다 비슷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신사를 도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그래도 이곳 팔번궁신사는 고즈넉하니 처음 접하는 분위기에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할 이야기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아서 지속적으로 방송하시는 가이드님의 목소리도 숙소를 향할 때에는 무척이나 편안해져왔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했다는 만강교 운하를 지나 숙소에서 먹을 간식을 구매하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단아하고 깔끔함이 묻어나오는 소아루리조트, 시간이 빡빡한 대신에 잠자리는 고급스럽게 정하셨다는 가이드님에게 맥주 한 잔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식 바베큐 파티에 일본식 온천 향유, 일본에 와 있음을 온천이 말해줬다. 일본인들의 장수 비결은 소식과 온천과 맥주 한 잔이라는 말이 이제까지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베트남 하롱베이보다도 장관을 볼 수 있다는 에보시다께 전망대.

이튿날, 베트남 하롱베이(바다위에 수천 개의 섬이 뿌려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하롱베이는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보다 아름답다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에보시다께 전망대에 올랐다. 가파른 계단에 오르자 아름다운 경관이 탄성을 불렀다. 맑은 공기와 하늘 끝에서 바라보는 수많은 섬들, 조만간 베트남에도 가봐야 할 것 같다. 여기보다 아름다운지 궁금해져서.....,,

에보시다케 전망대를 보고 와타즈미 신사로 들어가는 코스를 안내받았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와 전나무의 울창한 모습, 조상대대로 나무를 심고 숲을 일구는 데 목숨을 걸 정도라니, 일본의 저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여행의 묘미중 하나가 먹거리인데 일본에 왔기에 소식을 해야 한단다. 그래도 개인밥상에, 간에 기별이 갈 것 같지 않는 점심식사가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나와 해외여행의 특권 면세점 쇼핑을 즐겼다.

하나를 만들어도 장인정신을 발휘한다는 일본 의학영양제 코너가 단연 압권이었다. 중년이 되어 몸이 한곳 두 곳 고장 나기 시작하는 두려움 때문인지 별 망설임 없이 구입에 동참했다.

일정상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장 오래 머물게 된 면세점이었다. 단 한 편의 광고 없이도 일본상품에 우리의 내면이 다 털리는 기분! 일본을 알아가고 싶다는 핑계로 대신하고 싶다.

쇼핑을 마치고 마지막코스인 미우다 해수욕장을 끝으로 대마도 기행은 마무리했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탈출구로써의 떠남!

여행이라는 이름을 달긴 했지만 옛 친구들과 오랜만에 부담 없이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기에 장소가 중요하진 않았다. 돌아올 곳을 전제로 한 출발, 새로운 배움터가 되기에 대마도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아름다운 자연경관, 아소만(에보시다케 전망대)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 그곳에서 비운의 운명을 살다간 덕혜옹주와 한‧일 양국의 불편한 역사관계를 되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흡족하다. TV 광고를 보듯 스쳐지나가는 경관들을 마음에 담고 부산항에 다시 몸을 실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