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 구럼비 발파 7년 맞아 성명 발표

구럼비 발파 7주기를 맞은 날, 해군기지 입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지난 2011년,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천주교 신자들이 평화의 미사를 드리는 장면이다.
폭파되기 이전 구럼비 바위의 모습이다.
당국이 장비를 동원해 구럼비를 파괴하는 장면.
할망물.

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구럼비 바위가 폭파된 지 7년이 지났다. 해군은 지난 2012년 3월 7일, 폭파전문 업체를 동원해 구럼비 바위를 폭파했다. 그 이전해 부터 당국이 장비를 동원해 구럼비 바위를 부수기는 했지만, 이날 폭약을 이용해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구럼비 바위는 강정해안을 따라 늘어선 폭 100m, 길이 1.2km의 통바위다. 제주에 흔한 현무암 바위와는 달리, 조면안산암질 바위로 표면이 표면에 회색을 띠고 판판한 특징이 있다.

동국대학교 지리교육과 권동희 교수는 <한국의 지형>(한울아카데미, 2006)에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현무암질 지형은 그 원지형면이 생생하게 보존되는 데 반해 안산암 지역은 이와는 달리 보편적으로 침식이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안산암 지형은 서귀포 서쪽 해안취락인 강정리 일대이다. 이곳은 지형이 평탄하고 토양도 두껍게 피복되어 있다. 강정리 일대에서 주목할 만한 곳은 폭 100m, 길이 500m 내외의 암석면이다. 이는 만조 시에는 해수로 덮이지만 간조 시에는 노출되고, 파식의 형태도 관찰된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 암석면은 일종의 파식붕(wave-cut bench)임을 추정할 수 있다.'- 책 202쪽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뛰놀았던 추억이 있다. 게다가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층층고랭이를 포함한 180여종의 이름 없는 동식물의 서식지였다. 바위틈에는 ‘할망물’이라는 용천수 샘이 있어서 주민들에게 정한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해군이 지난 2011년, 강정해안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 할 때 주민들은 구럼비를 사수하려 몸부림쳤다. 구럼비는 추억이며 생명이고 평화였다. 하지만 당국은 2011년 9월부터 굴삭기를 동원해 바위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7일에는 폭약을 동원해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당국은 공권력을 투입해 주민들을 억압하며 일사천리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연행자와 구속자가 속출하며 마을은 범법자들의 터전이 됐다.

이와 관련해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이하 반대 주민회)는 7일에 성명을 발표했다. 반대 주민회는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전국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온몸으로 연대하며 저항했음에도 오후 3시 첫 발파가 시작됐다”라며 “그 쓰라린 기억을 다시 되새긴다”라고 밝혔다.

반대 주민회는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과정은 참혹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목적으로 조직된 군대는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고, 마을 공동체를 산산조각 내어 버렸다”라며 “이 과정에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웠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중 696명은 연행되고 52명이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마을총회를 통해 국제관함식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가 몇 차례나 강정마을을 방문하면서 마을총회의 결정을 뒤바꾸고 도의회 결의를 중단시켰다”라며 “안타깝게도 강정 구럼비 발파와 해군기지 공사를 통해 제주도는 군사기지의 섬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반대 주민회가 말한 대로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된 지 8년, 구럼비가 부서진 지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제주도는 난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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