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 도내 유일 여자 당구선수, 강영심씨

도내 유일의 여자 당구선수인 강영심씨.(사진은 장태욱 기자)
당구장 한편에는 강영심 선수가 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 등이 전시됐다.
우승기념 사진.

지역경기가 불황에 빠졌다는 소리가 나온 지 꽤 오래 됐다. 실제로 저녁이면 길거리 상가에 사람들의 발길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월요일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당구장이 있다. 담배연기 자욱하고 마초 남성들이 거친 언어를 쏟아내던 과거 당구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빨간 공 치기(4구 게임이라고도 한다)’가 대세였는데 한 때 포켓볼이 유행한 적도 있다. 그런데 최근 당구마이아들은 ‘쓰리쿠션’을 주로 즐긴다. 당구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TV 당구채널도 거의 ‘쓰리쿠션’을 중계한다.

M당구장은 지난해 동홍동에 문을 열었다. 이 당구장을 즐겨 찾는 고객의 입을 빌리면, 주인이 테이블 관리를 잘 하는데다 국제대회에 맞는 대대를 5개나 갖췄다. 정식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마니아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다.

이 당구장에 이색 풍경이 또 있다. 부모님과 당구장을 함께 운영한다는 강영심씨인데, 도내 유일의 여성 당구선수다. 강영심 선수와 당구 한 게임을 즐기며 얘기를 나눴다.

강영심씨는 서귀포에서 나고 자랐는데, 20대 무렵에 부산으로 나갔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당구에 재미를 붙이고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클럽 활동을 하면서 기량을 키우기 위해 프로 선수에게 레슨도 받았다.

그러던 중 공식대회용 대대에서 게임을 했는데, 당구에 깊이 빠졌다. 밤에 누우면 천정에 당구공이 굴러다니는 모습을 연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선수로 방향을 정했다.

제주에 계신 부모님은 딸을 염두에 두고 서귀포에 당구장을 개업했다. 이곳은 가족의 사업장이면서 동시에 강영심 선수의 연습장인 셈이다. 부모님의 배려 덕분에 몇 달 전에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아직은 아마추어 선수로 국내 대회에 참가하는 수준이다. 국내에 여성 당구의 저변이 넓지 못한 상황이다. 제주에는 여자 당구대회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거의 없다. 그래서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 아마추어 전국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당구장 한편에는 강영심 선수가 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 등이 전시됐다. 재작년 12월에 강진청자배 전국대회에서 우승 상품으로 받은 도자기를 자랑했다.

“64강전부터 대회를 시작했어요. 그날따라 경기가 잘 풀렸어요. 하이런(이닝 당 최고 득점) 8점을 기록할 땐 내가 다 놀라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니까요?”

강 선수는 대회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프로진출을 목표로 기량을 닦고 있다. 우리 나이로 34세라 프로로 진출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지 않냐고 물었더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여성들이 조기에 당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대부분 여자선수들이 늦은 나이에 데뷔한다”고 답했다. 현역 프로선수들과 비교하면 자신의 나이가 매우 적은 실정이라고 했다.

강영심 선수는 오직 당구만을 위해 생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당구연맹 스포츠클럽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동호인대회 등을 기획하거나 진행하는 일에 참가한다.

한편, 기자가 15점, 강 선수가 20점을 놓고 쓰리쿠션을 쳤는데, 기자가 참패했다. 설욕을 위해 저녁마다 퇴근 후에 당구장으로 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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