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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책상은 왜 밖으로 내쳐졌을까?[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장태욱 | 승인 2019.03.13 11:00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지난 토요일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진행된 ‘3·8세계여성의 날’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3·8세계여성대회는 1908년에 미국에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여성의 참정권 요구 등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구호로 시작되어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를 일구어 내기도 했지만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남성 임금의 70%에 불과한 남녀 임금 격차의 해소 문제, 불평등한 노동조건, 기업에서 부진한 여성 고용의 문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여성의 열악한 정치 참여, 비혼 여성들에 대한 복지정책의 부재,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와 각종 여성 폭력의 문제 등 많은 성차별의 문제와 남녀 불평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3·8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세상 인구의 반을 차지한다’는 ‘여성의 자존심의 문제’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자존심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남에게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남에게 받아들여지고, 자기를 높이 평가하려는 감정 또는 태도’를 말합니다. 요즘 말로 바꾼다면 자존감이란 표현도 무난합니다. 도대체 여성의 자존감은 남성이라는 ‘사람’의 기준과 가치에 비하여 얼마나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인지, 심하게 표현한다면 아예 무시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옵니다. 여성폭력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있어서 자존감이 아예 사라지는 순간은 아마도 하루 중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이 넘을 겁니다.

“철학적으로 봤을 때 ‘나’와 ‘남’은 결국 ‘불이(不二)’, 곧 둘이 아니다. ‘나’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는, 결국 ‘남’에 대한 태도로 연장된다. 자신에 대한 존경, 즉, ‘자존’의 결여는 ‘남’에 대한 존경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존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건전한 태도’라고 풀어도 좋을 듯하다. 자존은 ‘나’와 ‘외물’을 평등하게 존중함으로써 결국 이 세상을 수평적으로, 공존과 연대가 가능한 것으로 보려는 마음자세다.”(고미숙 외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에서 인용)

이 말을 빌려 본다면, 여성과 남성은 둘이 아닌 사람 즉, ‘인간’이라는 범주 안에서 여성의 자존의 결여를 촉발하는 사회·문화적인 불평등의 문제는 결국 남성에 대한 존경의 부족으로 이어지며, 세상에 대한 건전한 태도를 도저히 지닐 수 없게 만들어 여성의 주변화 문제를 결국 여성들 스스로 외치게 만드는 불편부당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며, 여성은 남성을, 남성 역시 여성을 평등하게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공존과 연대를 가능케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남녀 공히 자존감의 배려야말로 세상을 수평적으로 만드는 선행조건이 아닐까요.

행사가 비로 인하여 가두행진이 취소되고 후배의 강권(?)에 떠밀리듯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으로 핸들방향을 맞추었습니다. 요즈음 과정이 불편부당한 동료의 업무정지와 관련한 전화가 때마침 걸려와서 30여 분간의 긴 통화를 마무리하면서 느낀 것은 여성,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리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갑질’에 대한 뉴스 보도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가 되어버리기도 했지만 전 직장 동료의 ‘책상’이 밖으로 내쳐지는 현실을 전화기 너머로 들으면서 어쩌면 우리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서 ‘남’의 문제를 소홀히 여기는 ‘체계의 둔감’에 쉽게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은 또 아닐까요.

폭력 근절의 시작점은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불합리와 부조리를 정당한 방법으로 견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정당한 방법’이란 개인으로써 지닐 수 있는 ‘올바른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것’과 이마저 안 된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법과 제도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일 겁니다. 집 안에서, 직장에서, 내가 속한 사회 안에서 나와 타인을 자존감 있는 존재로 평등하게 존중한다는 것과 수평적으로 공존과 연대를 가능한 것으로 보는 마음자세는 결국 개개인의 자존감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누구나 자신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폭력의 가해자 내지는 방관자가 되지 않는 것은 나다움, 바꿔 말하면 자존감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임을 확실하게 장착하는 것입니다.

우비와 우산으로 가려진 야심한 들불행사장에서 ‘모두 각자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보라‘는 사회자의 말에 여성폭력 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떠올리는 것은 ’우리 모두가 폭력 없는 평등한 세상에서 당당한 자존감을 누리면서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몰아치는 제주의 비바람 안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옷 젖는 줄도 모른 채로 우산을 받치고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하고 또 소원할 뿐입니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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