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현 사진집 <이카이노-일본 속 작은 제주>(도서출판 각, 2019년)

책의 표지.

일본 속의 작은 제주 ‘이카이노’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집이 출간됐다. 재일 제주인인 조지현 작가가 지난 1965년부터 1970년까지 5년 동안 오사카 ‘이카이노’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작가 사후에 유족들의 수고를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지현 작가는 1938년 제주도 조천읍 신촌리에서 태어났다. 10살에 되넌 1948년에 아버지가 살고 있던 오사카 이카이노에 갔고 일본에서 평생을 살았다. 지난 2016년 4월 1일에 향년 78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이카이오는 현재 오사카시 이쿠노구 일부 지역의 옛 지명이다. 일본 기록에는 벌어진 백촌강 전투에서 나당연합군에 패한 백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으로 넘어갔는데, 일부 백제인들이 이카이노에 정착해 돼지를 길렀다고 전한다.

20세기 들어 오사카가 공업도시로 성장하면서 이곳에 공장들이 들어섰다. 식민지 조선에서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은 히라노운하 건설에 투입됐다. 그리고 조선인들은 현지에서 그들만의 시장을 만들어 물자를 교환했다.

이카이노가 속한 이쿠노구는 일본 전 지역 가운데 조선인, 특히 제주 출신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는 조선인들의 애환이 서려있고, 남과 북의 갈등이 스며있다. 조지현의 작품은 이곳에서 작은 의료품 상점을 운영하며 동포의 결혼식, 이카이노의 거리, 사람들의 노동현장 등을 사진에 담았다.

그곳에는 제주인들의 삶과 애환이 있다.
아카이노에는 남북의 갈등이 그대로 스며있다.

‘(아버지는) 조국에 어머니와 형제를 두고 친구와도 헤어지고 아버지와 누나와 세 명이 함께 살았다. 다감한 사춘기를 여기 이카이노, 히로시마에서 보냈다. 조국에서는 이어서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그 후에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오래 계속됐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청춘을 살았다.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여러 고통스러운 경험, 외롭고 억울한 일을 아버지도 겪었을 지도 모른다. 이것이 아버지 인생에 깊숙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에 분명하다.’-조지현의 딸 조지혜의 증언 일부.

조시현의 작품은 이카이노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상은 조선과 제주를 담는다. 제주에서 해녀생활을 하다가 일본으로 왔고, 일본 해변에서 해산물을 채취해 생을 이어가는 여인, 고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결성하는 일 등이 그렇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 이지치 노리코 교수는 그의 사진에 대해 “이카이노는 혹독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희노애락을 담금질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맘은 장소”라며 “사진집이 역사와 실존에 대해 다시 한 번 얘기할 수 있는 가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격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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