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읍 ‘캔 팩토리 도시재생’ 핵심테마였던 공장시설

대정읍 오일시장 동쪽에 있는 공장부지. 일제강점기에 부수 군수시설이었는데 해방이후에는 통조림 공장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테마로 떠오르기도 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대정읍 하모리 민속오일시장 서쪽에 낡은 공장 굴뚝과 무너져가는 창고가 눈에 띈다. 건물은 오래도록 방치되어 용도를 알아보기 어렵게 쇠락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김웅철 대정읍역사문화포럼 위원장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에 건물은 제국주의 세력의 부수 군사시설로 활용됐다. 일제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직후, 주민들로부터 놋그릇이나 녹숫가락 등을 수탈한 후 이곳에서 놋괴를 만들었다. 그리고 놋괴는 다른 곳으로 옮겨져 탄피 등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됐다.

그리고 일제는 놋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빵이나 건빵을 만들었다. 이때 만든 빵과 건빵 등은 일본군의 식량으로 활용됐다.

일제가 폐망한 후 공장은 통조림 공장으로 활용됐다. 당시 가파도에서 대해식품을 운영하던 김용하씨가 일제로부터 공장을 인수해 모슬포에서 가공산업을 이었다. 대해식품은 당시 대정읍 일대에서 생산되던 소라와 전복 등을 염장한 후 통조림 식품으로 가공했다.

대해산업은 또, 소라와 전복의 껍질을 이용해서 단추도 생산했다. 전복 껍질의 안쪽이 반들반들하기 때문에 단추의 재료로서 인기가 높았다고 전한다. 대해식품에서 만든 통조림은 군대에 납품되기도 했고, 서울 영등포에서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에 회사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후 공장부지 소유권은 외지인에게 넘어갔고, 공장은 폐허로 변했다. 대정읍 주민은 “이후에도 공장마당에는 오래도록 소라와 전복 껍질 등이 수북이 쌓여있었다”고 증언했다.

최근 이 공장이 도시재생의 소재로 부상했다.  대정읍 주민들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과거 통조림공장을 중심으로 14만9894㎡에 청년 정착 사업, 지역 상생 사업, 지역 명소화 사업, 주거복지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국토부 공모에 응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31일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를 발표했는데, 서귀포 대정읍 ‘캔(CAN) 팩토리와 다시 사는 모슬포’를 일반근린형 사업 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캔(CAN) 팩토리와 다시 사는 모슬포’ 사업은 대정읍 하모리 일원에 △일자리 창출 △지역상생 △지역명소화 △주거복지 등 4개 분야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5일에는 도의회 의견수렴 절차도 거쳤다.

그런데 당초에 통조림 공장을 테마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은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지가가 상승하고 토지주와의 협상이 순조롭지 못해 공장부지 매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핵심 근대유산도 통조림 공장에서 신영물로 변경됐다. 주민들이 회심의 카드로 꺼냈고, 국토부 관계자들도 고개를 끄덕었던 근대유산 활용 도시재생 사업이 최근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 때문에 노선변경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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