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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 성폭력, 사실은 교통사고 보다 훨씬 빈번[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장태욱 | 승인 2019.03.20 10:24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이번 주 가장 핫한 뉴스는 뭐니 뭐니 해도 몇몇 연예인들의 단톡방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 성매매 관련 보도일 것입니다. 정준영 동영상이 실검 1위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연예인들이 공인이냐 아니냐 판단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연예인은 국민들의 많은 주목을 받는 입장이라는 것과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최근의 언론보도는 성폭력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성폭력이란 ‘원치 않는 성적 행위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가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성폭력이라고 합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개인의 성적 의사 결정의 자유를 보호함과 동시에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하지 않을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 추구권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그렇다면 성폭력은 단연코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기본일 것입니다. 가해자가 무심코 혹은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았어도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범 당했다’고 한다면 당연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꿔 생각하기‘ 즉, 역지사지의 사고가 중요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성폭력 피해자는 한결같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성폭력의 상황을 마주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합니다. 심각한 무력감을 호소하는가 하면 자존감 저하와 우울과 불안, 두려움, 분노와 불면, 심지어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 많은 갈등과 싸우다 힘들게 상담소를 찾곤 합니다. 특히 근친강간사건과 맞닥뜨리면 인간에 대한 회의마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인면수심이 아니고서야.....,‘하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성폭력상담소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사건 중 아버지가 딸인 자신을 건드린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손녀마저 임신시킨 사건을 만나면서 경악했던 적도 있습니다. 오빠가 사춘기시절 여동생을 강간한 사건의 여파에 평생을 시달리다 중년의 나이에 방송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제 발로 상담소에 걸어온 내담자하며, 남동생이 누나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은 ’폭력‘을 넘어서 피해자에게는 ’인격 살인‘이며, 가해자 자신 스스로는 ’인격 사망‘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조차 무색케 합니다. 가해자들은 과연 피해자의 입장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고개를 우러러 ’하늘‘이 부끄럽지 않은지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는 3대 여성폭력으로 분류되는데 그 이유는,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면서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피해가 중첩되어 나타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령 성폭력의 피해자의 96%는 여성이며, 인구 10만 명당 63명의 여성 피해자가 성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7년 통계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8.13명으로 그에 비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인구 10만 명당 63명은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4%의 남성 피해자는 절대 다수가 13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들로서 그들은 절대적으로 사회적인 약자들이라는 겁니다. 여성,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성폭력은 힘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의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성폭력은 성별, 나이, 경제력, 지위, 인종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폭력예방교육 출강에서 마무리로 이 이야기를 꼭 하게 됩니다. ‘인권이란 내가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이라고요. ‘영화로 본 인권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참 인상적인 문구여서 인용하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폭력의 피해자가 절대 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먼저 남을 대접하는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권의 출발선은 바로 ‘남을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니까요.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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