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 野彦 蔡秦培 (야언 채진배)

望龍頭巖(망용두암) 용두암을 바라보며

                                            ▶野彦 蔡秦培 (야언 채진배)

 

용두암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龍頭雄勢極星南(용두웅세극성남) 북두의 남쪽에 용머리가 웅장한 기세요

物物韶光水似藍(물물소광수사람) 사물마다 봄 풍경에 물빛도 쪽빛 일세

細雨歸船雲外笛(세우귀선운외적) 가랑비에 뱃소리 구름 밖에서 들리고

短蓑垂釣月邊潭(단사수조월변담) 도롱이 입고 달빛 어린 물가에서 낚시하네

山樓雅趣畵詩動(산루아취화시동) 산루에 오르면 아취에 그림과 시가 동하니

草野淸狂泉石探(초야청광천석탐) 초야의 자연에 미쳐서 산수를 찾는다네

沙上白鷗來自去(사상백구래자거) 모래 위 갈매기는 제멋대로 오가는데

海天萬里晩霞含(해천만리만하함) 바다의 하늘 만리에 저녁노을 머금었네

 

◉ 解說(해설)

                                                   ▶魯庭 宋仁姝 (노정 송인주) 

 

용두암을 바라보며 읊은 이 시는 칠언율시(七言律詩) 평기식(平起式)의 시로, 운자(韻字)는‘南(남), 藍(람), 潭(담), 探(탐), 含(함)’이다. 수련(首聯)의 1구(句)에서는 하늘을 향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용머리의 모습을 읊고 있다. 그리고 2구(句)에서는 사물마다 아름다운 봄빛을 드리우고, 쪽빛처럼 푸른 용두암 부근의 바다를 그리고 있다. 함련(頷聯)에서는 가랑비가 내리자 멀리 구름 밖에서 뱃고동을 울리며 돌아오는 배들의 모습과 도롱이 걸치고 달빛 드리운 바닷가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청각적인 효과와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細雨(세우)- 短蓑(단사), 歸船(귀선)-垂釣(수조), 雲外(운외)-月邊(월변), 笛(적)-潭(담)으로 대구(對句)를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 경련(頸聯)에서는 좀 떨어져 있는 산의 누각에서 바라보는 용두암을 그림과 시가 움직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천석(泉石)을 언급하고 있다. 천석(泉石)부분은 천석고황(泉石膏肓)을 말하고자 한 듯하다. 천석고황(泉石膏肓)이란 고질병이 되다시피 산수(山水) 풍경을 좋아함을 일컫는 말로, 작가는 이 부분에서 초야(草野)가 좋아 미친 듯이 산수 풍광을 찾는다고 자신의 삶을 말하고 있다. 이 련(聯)에서는 山樓(산루)-草野(야초), 雅趣(아취)-淸狂(청광), 畵詩(화시)-泉石(천석), 動(동)-探(탐)으로 대구(對句)를 멋있게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畵詩動-泉石探’부분을‘仄平仄-平仄平’으로 읊고 있는데, 이는 위아래의 글자 고저(高低)를 바꿔 쓰는 한시(漢詩) 작법(作法)을 적용한 예이다. 미련(尾聯)에서는 저녁노을이 아득하게 드리운 바다 위를 갈매기가 한가롭게 오가는 모습을 읊으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작가가 멀리서 바라보는 용두암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화공(畫工)을 빌어 그려도 감히 그려내지 못할 신비롭고 아름다운 용두암 주변의 풍광은 신(神)만이 빚어낼 수 있는 비경(祕境)으로, 작가는 그 비경(祕境)을 칠언율시(七言律詩) 56글자로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짧을 글에 무한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시(漢詩)의 매력이다.

▶영주음사(瀛洲吟社)는 근체시(近體詩) 형식을 완벽하게 지키며 한시(漢詩)를 쓰는 제주도의 유일한 한시(漢詩) 창작 단체이다. 쉬지 않고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전국한시백일장(全國漢詩白日場)에서 입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단법인(社團法人) 한국한시협회(韓國漢詩協會)가 주관하는 詩協風雅(시협풍아) 전국한시공모전(全國漢詩公募展)에서 李仁奉(이인봉), 金乙夏(김을하), 邊京鐘(변경종), 宋仁姝(송인주) 회원이 입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