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하논분화구 습지주변 생태계 조사’ 발주에 토지주 반말

하논분화구에 있는 몰망수, 연중 물이 샘솟는 곳이다. 제주자치도는 최근 하논분화구의 습지 생태를 조사하는 연구를 제주대학교 산학연구단에 위탁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제주자치도는 지난 2월에 제주대학교 산학연구단(오홍식 교수 팀)에게 ‘하논분화구 습지주변 생태계 조사’를 위탁했다.

하논분화구는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약 5만년 동안의 지질, 기후, 식생 등 환경정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동아시아 고식생․고기후의 변천사의 타임캡슐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2012년 열린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는 권고안으로 ‘하논분화구 복원․보전‘ 의제를 채택하기도 했다.

게다가 환경부는 최근 습지생태계에 대한 생태적 가치를 확인하고 보호지역으로 등재해 습지의 보호와 관리방안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자치도는 하논분화구 주변 생태계를 조사해 하논분화구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환경부에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신청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연구가 사계절 조사가 필요한 만큼 착수일로부터 13개월의 연구기간을 설정했다. 연구팀은 내년 4월까지 하논분화구 일원에서 ▲습지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계 현황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설정범위 조사 ▲습지보호지역 지정조건 부합여부 검토 및 지정방안 마련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연구비는 총 1억2000만 원이다.

그런데 제주자치도의 계획에 대해 하논분화구 인근 일부 토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하논분화구 인근 토지주 100여명으로 구성된 ‘하논지구발전협의회’ 오안일 회장은 최근 제주지사에게 보내는 공문을 통해 습지지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 회장은 ▲분화구 내 습지는 1만 평 규모이고 건성지가 6만 평 정도인데 건성지가 부당한 규제에 부딪칠 것 ▲습지가 되면 철새가 도래해 전염병이 확산될 것 ▲습지 지정 시 물뱀과 독사 등 위해생물의 온상이 될 것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안일 하논지구발전협의회장.(사진은 장태욱 기자)

오 회장은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가 지난 2000년에 하논분화구를 습지로 지정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그리고 2014년에 분화구에 수심 6m 호수를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포기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연구용역과 심포지엄 등에 예산 12억 원을 소진했다”고 비판했다.

오 회장은 “행정기관이 습지 지정을 추진하려다 분화구 복원으로 선회했고, 다시 습지 지정으로 돌아왔다”라며 “이는 하논분화구 사유지를 규제하려는 의도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하논분화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토지주 고아무개씨는 다른 의견을 전했다. 하논분화구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데, 불리한 면이 있어서 제주자치도가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고 씨는 “강상주 시장 재임시절에 습지지정 방안을 밝혀서 내심으로는 기대했으나 불발됐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원희룡 지사가 복원방안을 밝혀 다시 한번 기대했지만 역시 불발됐다”라며 “제주지치도가 하논분화구 활용방안을 마련해 필요한 만큼 토지를 수용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아직은 하논분화구에 대한 기초조사 단계에 불과한데, 연구가 끝나면 이를 근거로 환경부에 습지 지정 가능여부를 의뢰할 계획이다”라며 “토지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행정이 밀어붙이거나, 습지가 아닌 지역을 일부러 습지로 확대·지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생태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달라진 상황에 맞게 행정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연구의 필요성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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