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촛불연대, 세월호 참사 5주기 맞아 서귀포에 7군데 기억공간 마련

'문화공간 와반'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억공간이 마련된 모습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세월호 대참사 5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가 서귀포에서도 열린다.

2014년 4월 16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날이다.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포함해 탑승객 304명이 여객선과 더불어 차가운 바다에 잠겼다.

어린 생명들이 목숨을 잃는 그 위태한 순간에도 국가는 수수방관했다. 비극과 절망이 극에 달하고, 분노와 통곡이 온 땅에 울려 퍼질 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던가? 그 위태한 7시간을 무관심하게 보내며 어린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대통령은 탄핵된 후 감옥에 갇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한 원인과 배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기 활동이 마무리됐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책임자 등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던 국가공권력의 불의한 행태만 드러났을 뿐이다.

세월호가 인양되어도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다.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사건을 기억하고 피어나지 못한 어린 생명들을 기억하는 일은 이 시대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그 의무를 다하고자 서귀포에서도 시민들이 나섰다.

4월 9일부터 16일까지 제주 전역에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설치된다. 세월호촛불연대는 세월호가 향하던 제주에서 참사 5주기를 맞이하며 ‘세월이 빛나는 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도민 삶의 공간에서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기획됐다.

세월호 기억 추모공간은 추자를 제외한 제주의 모든 읍면 지역, 서귀포시, 제주시청 앞, 도청 앞 천막촌에 이르기까지 제주 전역에 14개 지역 17개소가 설치된다. 서귀포에도 돌핀센터교육장(13~15일), 문화공간 와봔(13~15일), 일호광장(16일), 표선성당(9~12일), 안덕면 어떤바람(9~15일), 남원성당(9~13일), 동부종합사회복지관(9~15일) 등 7군데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각 공간들은 분향소가 아니라 종이배를 접으며 세월호를 기억하고 평소 하고 싶은 얘기를 메시지로 적고 나눈다. 세월호 특조위 제2기의 출범과 진실인양을 촉구하는 안내서와 노란리본도 배포한다.

기억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모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다. 현재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모인 30여 명이 넘는 일반 시민들이 모여 공간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4월 16일 5주기 당일 저녁 7시에는 제주시 산지천광장에 17개 기억 추모공간에서 모은 마음과 사람들을 모아 추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각 기억 추모공간에서 접은 종이배를 큰 배에 싣고 시민 합창을 한 뒤, 시민들과 함께 제주항 2부두를 향해 행진한다. 제주항은 세월호가 도착해야 했던 곳이다. 촛불연대는 이곳에서 생존자 유가족 이야기를 나누고, 특수 제작된 큰 배를 하늘로 띄우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시민들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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