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고전 맛보기⑪] 윌리엄 골딩(William Gerald Golding)의 파리대왕

Ralph heard the great rock long before he saw it. He was aware of a jolt in the earth that came to him through the soles of his feet, and the breaking sound of stones at the top of the cliff. Then the monstrous red thing bounded across the neck and he flung himself flat while the tribe shrieked. The rock struck Piggy a glancing blow from chin to knee; the conch exploded into a thousand white fragment and ceased to exist. Piggy fell forty feet and landed on his back across that square, red rock in the sea.

*jolt : (갑작스러운) 충격 / *sole : 유일한, 발바닥 / *monstrous : 가공할, 무시무시한 / *flung : fling(내던지다)의 과거형 / *shriek : 소리지르다 / *glance : 흘낏 보다. 맞고 퉁기다.

랠프는 거대한 바위 소리를 들은 한참 후에 이것을 보았다. 그는 땅위의 거대한 충격이 발바닥을 통해 자신에게 전달되는 것을 감지했고, 벼랑의 꼭대기에 바위들이 깨지는 소리를 느꼈다. 그러고 나서 거대한 붉은 물체가 길목을 가로질러 튀어 올랐다. 부족들이 소리를 지르는 동안 그는 자신의 몸을 납작하게 엎드렸다. 바위는 피기를 치고 턱에서 무릎까지 퉁기고 지났다. 소라껍질은 수천 개의 흰색 파편들로 부서져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피기는 40피트 낭떠러지로 떨어져 바다 위 네모진 붉은 바위에 등을 부딪쳤다.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The Lord of the Flies 1954)은 윌리엄 골딩(William Gerald Golding 1911~1993)의 첫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전쟁과 핵무기의 공포 속에서 인류가 평화를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판단을 드러냈다.

작품은 미래 어느 시대에 영국의 소년들이 원자탄 공격을 피해 태평양 어느 열대 무인도에 안착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년들은 그곳에서 처음에는 자신들끼리 대표를 뽑고 민주적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한다.

소년들은 회의를 소집할 때 소라껍질를 불고, 발언을 할 때에는 소라껍질을 손에 쥐어야 한다. 소년들을 랠프를 대장으로 선출했다. 랠프는 이성과 상식을 상징하는 소년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랠프는 잭의 희망을 존중해 사냥부대를 이끌고 음식을 구해오도록 했고, 산 정상에 봉화를 지켜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임무를 맡겼다. 소년들은 돋보기를 대신해 피기(Piggy)의 안경알로 불쏘시개 위에 빛을 모아 불을 지폈다. 불은 소년들이 지나는 선박에 의해 구조되기를 희망하는 뜻을 알리는 수단으로, 구원의 한 줄기 희망이다.

그런데 잭은 대원들을 이끌고 사냥을 즐겼다. 잭은 맷돼지를 잡아와서 과일을 먹던 아이들에게 고기라는 새로운 맛을 제공했다. 그러던 중 잭과 아이들은 봉화를 살피지 않아 불이 꺼졌고, 랠프는 잭을 질책했다. 랠프와 잭의 갈등이 점화되는 지점이다.

잭이 랠프의 통솔을 거부하며 오두막을 떠났다. 잭이 이끄는 사냥부대는 이후로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토인의 춤을 췄다. 잭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바위에 묶거나 매질을 가하는 방식으로 집단을 다스렸다.

이런 과정에 고기를 구할 줄 모르는 랠프의 무능력 때문에 아이들은 하나 둘 잭의 부대를 향해 떠난다. 합리적 민주주의가 비합리적 권의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현대 정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소개한 대목은 잭의 대원들이 낭떠러지 위에서 바위를 굴러 피기를 살해하는 장면이다. 피기는 빼안긴 자신의 안경을 찾기 위해 랠프와 함께 잭을 찾아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랠프와 피기는 공동체를 구원하기 위해 안경을 찾으려 했지만, 바위라는 가공할 살상 무기의 공격을 받고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야만적 폭력 앞에 문명의 상징인 안경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소라는 파괴됐다.

평화와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세계 지성의 외침은 여전히 곳곳에서 폭력에 패배하고 있다. 이성의 통제를 상실하고 폭력의 광기가 지배하는 세상, 골딩이 예고했고 현대인이 마주하고 있는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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