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제가 오늘을 살 수 있는 용기와 제게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신 소장님께

소장님, 안녕하세요? 오지원 변호사님 소개로 소장님께 지지난 주에 상담드렸던 000학생입니다. 다시 한 번 너무나도 큰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소장님 덕택으로 가해자에게 내용증명을 잘 보냈습니다. 비록 감사한 마음을 제 부족한 글 솜씨로 다 전달할 수 없지만, 부디 제 감사한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당시 내내 진지한 모습과 따뜻한 마음과 말로 저의 말을 들어주시고, 상담해 주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날 상담 이후 소장님 덕택으로, 제 마음 속에 쌓였던 응어리와 한이 다 풀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평소 주위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잊으란 이야기나, 가해자를 상대도 하지 말란 이야기, 조취를 취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다가, 소장님께서 전적으로 피해자인 저를 도울 것이며, 긴긴 호소과정을 가게 된다 해도 함께 해 주시겠다는 말을 듣고 감동, 감격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인지 몰라요.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 사회분위기와 환경에서 저는 아무리 말뿐이어도 그런 말 한 마디를 정말 듣고 싶었는데, 소장님께서 그 한마디를 해 주셨습니다. ‘함께 해 주시겠다’는 그 말씀 저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는 말이었고,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에 소장님과 같은 분이 계시고 통합상담소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4. 2. 06.

000학생 올림

P.S. 저 또한 소장님처럼 여성인권과 사회를 위해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합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진 핑크빛 봉투에, 'Thank you'란 은박 글씨가 꽃과 풀잎으로 둘러싸인 하트가 상단에 박힌 조그마한 편지지 가득한 사연을 직접 건네받았던 그 때로부터 어언 5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차마 먹기가 아까운,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면서 예쁜 초콜릿 한 박스도 수줍게 함께 건네던 볼 빨간 그 모습도 선연히 떠오릅니다.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성추행 피해자였지요. 사건 이후 분한 마음에 잠을 못 자고 억울한 심정에 피해사실을 부모님께 알렸지만 ‘니가 잘못했잖아’하면서 핀잔과 함께 어렵게 털어놓으며 했던 도움 요청도 처절하게 무시당하고, 친한 친구들에게는 그만 잊으란 이야기를 들었다며 상담 내내 ‘분하다, 정말 분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울먹였습니다. 당시 그녀는 졸업반이었는데 중요한 취업 준비도 다 내팽개친 채 사건 해결을 위하여 매달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질책과 포기하라는 이야기였다’고 하면서 그녀는 잠도 못 잔 퀭한 눈으로 상담실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통합상담소에 근무를 하면서 많은 성·가정폭력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시름과 분노와 한숨에 절어서 물 먹은 솜 마냥 무거운 걸음걸이와 잿빛 어두운 표정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았던 많은 피해자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누가 더 할 것도 없이, 덜할 것도 없이 자기 인생의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상담실을 찾았던 초췌하고 파리한 얼굴들을 떠올리면 ‘나 같은 사람도 별 수 없었겠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자매애’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돌아가신 엄마와 친구처럼 옆에 있는 딸과 또한 어려울 때면 나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의 언니, 동생들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것을 한탄했던 나혜석의 심정이 아니어도 어쩌면 우리네 여성들의 삶은 오십보백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도 기운을 냅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측은지심만으로 이 막중한 임무를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인생의 황금기인 36세에 만나 나의 후반부까지를 알차게 채워줄 상담이란 든든한 친구를 만났음을 감사하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어딘가에서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 아니, 생존자인 ‘그녀’에게도 늘 행운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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