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사리. 어린 고사리가 발아한 후 햇빛을 받으면 광합성을 하기 위해 잎을 부채처럼 펼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억새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제주의 들녘에 요즘은 고사리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어린 고사리는 제주 밥상에 초록빛 봄을 나르는 전령이었다.

우리가 먹는 식용고사리는 잔고사리과 고사리속에 속한다. 다른 고사리와 구분하여 '층층고사리'나 '참고사리'로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땅에 자라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는 식물들과는 달리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들 중 선태류(이끼류)와 달리 줄기가 발달한 식물을 이른다. 양치식물은 유성생식을 하는 배우자세대와 무성생식을 하는 포자체세대가 순차적으로 반복되는데, 이를 세대교번이라 부른다. 꽃이 피는 식물과 이끼류의 생식을 절충한 방법이다.

고사리의 경우 우리가 보는 것은 포자체의 모습이다. 다 자란 고사리의 잎 뒷면 가장자리에 포자낭군이 생기고, 그 포자낭에서 감수분열을 통해 포자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 포자가 땅에 떨어져서 폭이 1cm 미만인 하트 모양의 배우체를 만든다.

배우체는 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이들이 결합해 접합자를 형성한다. 이 접합자가 발아한 것이 포자체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어린 고사리는 접합자에서 발아한 어린 포자체이다.

고사리 잎으 구조. 고사리 잎은 잎자루와 잎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잎몸은 다시 우편, 소우편, 열편으로 나뉜다. ⓒ 한국양치식물연구회(지오북)

학자들은 제주에 자라는 고사리는 그 종류가 거의 200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교과서에는 고사리가 고온다습한 기후에 잘 자란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고사리들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식용고사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용고사리는 햇빛이 잘 비치는 마른 풀밭에서도 잘 적응되어 있다. 녹색식물이라 광합성을 해야 살 수 있다. 햇살을 받으면 광합성을 하기 위해 발아하고, 발아 뒤에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잎을 부채처럼 펼친다.

고사리는 뿌리는 땅속에 있고,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새순이 땅 위로 올라온다. 고사리의 새순이 올라올 때 꼭대기에 잎이 둥글게 뭉쳐진 모양을 하는데, 이를 고사리밥이라고 한다. 고사리밥이 펴지기 전에 채취해야 고사리가 연하고 맛이 있다..

고사리 새순이 자라서 햇빛을 많이 받으면 잎이 펴지면서 줄기가 단단해진다. 고사리의 잎은 잎자루(엽병)와 잎몸(엽신)으로 이루어지는데, 고사리 잎자루는 길이는 1m 내외, 잎몸은 50cm 내외까지 자란다.

고사리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이 여러 단계로 나누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단위를 우편, 그 다음이 소우편, 가장 작은 단위를 열편이라 부른다.

고사리의 뿌리는 땅 속에 있으며, 원뿌리와 곁뿌리가 구별되지 않은 수염뿌리 구조를 하고 있다.

이제 햇살을 머금고 어린 고사리들이 들녘에 솟아오르고 있다. 지난주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태풍센터 서쪽 너른 들판에 손님들을 모시고 고사리 축제가 열렸다.

제주고사리의 우수성이 관광상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고사리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사람도 사회도 고사리처럼 생존을 위해 무한 변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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