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유람단 5일, 부대 앞에서 ‘보이지 않는 마을들’ 설치 전시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고 양용찬열사의 일대기를 다룬 창작극 ‘사랑 혹은 사랑법’(2018년, 연출 방은미)을 공연했던 창작집단 구럼비 유랑단(대표 고권일)이 5일, 해군기지부대개방행사를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치전시를 진행한다.

강정해군기지가 완공된 2016년 이후, 해군은 매년 어린이날에 부대개방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부대개방행사 개최를 밝히며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과 4400톤급 DDH-Ⅱ급 구축함을 공개 및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전시, 해군 복장 체험, 해군 특수부대(UDT)·해병대 장비 전시, 함정 퍼즐 만들기, 해군 캐릭터 인형과 사진촬영과 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회장 강동균)는 지난해 “일찍이 국제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출발 시켰다. 1989년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안전하고 평화적인 성장과 징병과 전쟁으로부터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1990년 국회 비준을 마친 ‘시민적및정치적권리협약’은 전쟁을 위한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제주해군기지의 부대개방행사는 국제 인권규약을 위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라며 어린이들로 하여금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만드는 해군의 행사를 규탄한 바 있다.

프로젝트 ‘보이지 않는 마을들’을 총괄하고 기획한 이상 씨는 “보이지 않는 마을들 프로젝트는 강정을 비롯하여 도로확장공사로 나무들이 벌목되고 있는 비자림로와 제2공항이 생기면 훼손될 10개의 오름들을 주목하고 있다” 면서 “첫 시작인 강정, 구럼비와 관련된 설치 전시 이 후 9~10월에는 비자림로와 성산의 이야기를 엮어 설치전시와 책발간, 연극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향후의 계획을 밝혔다.

어린이 날 강정에서 이루어지는 전시와 관련하여 “부대개방행사를 찾는 시민들이, 원래 이 장소가 어떤 장소였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보 그대로를 전달하기보다는 예술적인 방식을 빌려, 물리적 거점의 상실이 정서적 거점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험에 대한 감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준비했다” 고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시적인 텍스트들과 ‘구럼비 지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그림들이 새겨진 표지판 형식의 구조물들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거리를 이루는 물리적인 요소(바닥, 구조물 등)들을 이용해 구럼비에 얽혀있는 개인의 사적인 기억들을 텍스트로 풀어낼 예정이다. 한 편, 해당 프로젝트는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 2019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 에 선정되어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행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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