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송 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2019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 운영지침(여성가족부 발간)에 보면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6조에 의거, 가정폭력 상담소의 여러 업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피해 신고를 받거나 이에 관한 상담에 응하는 일

-가정폭력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 및 사회생활이 어렵거나 그 밖에 긴급히 보호를 필요로 하는 피해자 및 피해자가 동반한 가정구성원을 임시로 보호하거나 의료기관 또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일

-행위자에 대한 고발 등 법률적 사항에 관하여 자문하기 위한 대한변호사협회 또는 지방변호사회, 법률구조법에 따른 법률 구조법인 등에 대한 필요한 협조와 지원의 요청

-경찰관서 등으로부터 인도받은 피해자 등의 임시 보호

-가정폭력의 예방 및 방지에 관한 홍보

-가정폭력과 그 피해에 관하여 조사·연구

-그 밖에 피해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업무

상담소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있는데 두말할 것도 없이 대표적인 업무는 상담과 피해자 지원입니다. 또, 가정폭력상담소의 업무 중 하나가 캠페인과 폭력예방 출강입니다. 캠페인의 사전적 의미가 ‘어떤 사회적,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대중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이라고 한다면 상담소의 모든 업무는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상담소의 여러 업무를 통하여 가정폭력과 관련된 잘못된 인식의 변화를 이루어내고자 현장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잘못 인식된 대표적인 표현을 든다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입니다.

‘칼로 물 베기’로 표현되던 부부싸움은 이제 1997년의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두 가지가 제정·시행되면서 이제는 엄연히 공적인 영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즉, ‘집안싸움’이 아닌 ‘사회적인 범죄’라는 거지요. 안타까운 것은 가정폭력특례법이 제정된 지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내와 자식들은 집을 떠나 밖으로 떠돌고 있고, 가해자의 무자비한 폭력적 행위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하여 법적 구속력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는 아내는 “아이들 돌 때부터 맞고 자랐다, 초등학교 때는 술 취해 새벽에 들어와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따귀 때리고, 아이들 보호하려고 내가 많이 맞았다. 내가 아이들 때문에 여태껏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이럴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혼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집을 떠나 도망이라니... 이틀간 잠도 못자고 이게 무슨 일인가. 남편은 경찰서에서 풀려난 후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언제 집에 쳐들어올 지 불안하다. 이 집을 어떻게 일구었는데, 몸도 아프고 이제 지쳤다,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하소연은 상담소에서 결코 드문 일이 아닌 왕왕 있는 흔한 일입니다.

가정폭력은 집이라는 사적 공간 내에서 발생하고 있고,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 부부폭력을 경험한 응답자 중 폭력이 발생한 상황에서 68%가 “그냥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여성은 66.4%, 남성은 69.9%). 신고하는 피해자보다는 신고하지 않고 숨죽이며 울음을 집어삼켜가며 떨고 있는 피해자가 더 많습니다. 이들은 누가 보호할까요?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걸까요? 얼마나 지나야 집은 비로소 편안한 쉼의 공간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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