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고전 맛보기⑬] 토머스 모어(Thomas More)의 유토피아(Utopia)

‘They would be both troubled and ashamed of a bloody victory over their enemies; and think it would be as foolish a purchase as to buy the most valuable goods at too high a rate. And in no victory do they glory so much as in that which is gained by dexterity and good conduct without bloodshed. In such cases they appoint public triumphs, and erect trophies to the honour of those who have succeeded.

valuable : 가치있는, at a high rate : 비싸게/높은 비율로, dexterity : 재주, bloodshed : 유혈사태, triumph : 업적/승리, trophy : 트로피/승리기념물

그들(유토피안 사람들)은 그들의 적과 맞서 피 흘려 승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고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이 승리가 매우 값진 물건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지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무런 승리도 없는 것에도 재주와 훌륭한 지휘를 발휘해 유혈사태 없이 승리를 얻은 것만큼 자랑스러워한다. 그런 경우 그들은 대중의 환호를 약속하고 그들의 승리에 영예를 헌정하기 위해 승전기념물을 건립한다.

토머스 모어(Thomas More)는 1477년 혹은 그 이듬해에 런던의 부유한 상인가문에서 태어나 ‘도시귀족’ 계급에 속했다. 모턴 추기경의 추천으로 옥스퍼드에 진학한 후 ‘부활한’ 그리스ㆍ로마 문헌을 탐독했으며, 이를 통해 지적 지평을 넓혀 ‘인문주의자’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 칭송받던 에라스무스와 교류하며 이상주의적 세계관과 온건한 사회개혁의 열정을 공유했다. 당대 지식인들은 지상의 궁핍이 더 이상 천상의 은총으로 보상받을 운명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현세적 과제’로 인식했다.

그리고 이 과제는 ‘가능한 최선의 국가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됐고 모어는 이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으로 1516년에 <유토피아>를 발표했다.

<유토피아>는 저자가 우연히 라파엘 논센소라는 인물과 만나 나누는 대화 형식의 허구적 산문이다. 라파엘 논센소는 많은 곳을 여행한 포르투갈 사람으로,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네 차례 항해 가운데 세 번이나 동행한 인물로 소개된다.

모어는 어디엔가 존재할 지도 모르는 ‘섬-이상향’을 통해 유토피아는 아련한 꿈이 아니라 실존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영국인들이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현실과 미지의 섬에 존재하는 이상향을 더욱 짙은 색깔로 대비식켰다. <유토피아>는 ‘부정된 당대 사회와 더 나은 사회의 가능성 사이의 긴장’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유토피아에서 시장은 종신직이지만 독재의 욕심을 드러내면 언제든 면직될 수 있다. 경제는 농업중심이고, 필수품 아닌 물건은 생산되지 않아 금은보석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 사유재산은 전면 금지되며, 귀족이나 고리대금업자가 없으며 필수품만 생산되기에 1일 노동시간은 6시간으로 충분하다.

소개한 대목은 군대 규율에 대해여(Of their military discipline) 편에 나온다. 유토피아 사람들에게는 전쟁의 승리보다는 더 중요한 게 피 흘리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지휘관에게는 이에 필요한 재주와 통솔력이 필요하고 그런 지위관을 위해 전승기념비도 제작한다.

토마스 모어가 묘사했던 <유토피아>는 마치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동막골’을 닮았다.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는데 사치를 부릴 일도, 분쟁이 일어날 일도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은 많은데,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고 인류가 도달해보지도 못했으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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