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여전히, 아직도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49개국 중 115위입니다. 성격차지수 혹은 젠더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GGI)는 2006년부터 세계경제포럼이 해마다 내놓는 세계성격차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제 참여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등의 분야에서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해 수치화한 지수입니다. 범위는 1.0에서 0.0 사이이며, 1에 가까울수록 성별 격차가 적음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최초의 보고서인 2005년에 총 58개 국가 중 54위를 기록하였고,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18년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149개 국가 중 115위입니다.

현실은 경제 참여 기회라든가 건강과 생존에 있어서 한국의 여성은 어쩌면 더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0대 공기업 신입사원 10명 중 2명만이 여성이며, 성매매범죄의 절반 이상은 기소유예를 받고 있고, 최근 5년간 가정폭력 사범이 구속되는 비율은 0.8~1.4%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아내에 대한 폭력인 가정폭력범죄는 ‘밖으로 드러내기’ 즉, ‘신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정폭력범죄는 가족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망라하여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협박, 명예훼손, 모욕, 주거·신체 수색, 강요, 공갈, 손괴 등으로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린다면 112에 신고하여야만 합니다.

경찰 혹은 검찰단계에서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에서 임시조치를 취하는 비율은 10건 중 1건(2013~2017년 평균)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 10명 중 9명은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가해자인 남편과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살면서 지속적으로 폭력피해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현행 가정폭력특례법은 가정 보호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피해자가 임시조치를 요구하지 않으면 강제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이를 두고 “피해자를 고문 기술자와 한 방에 몰아넣은 것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신체적인 학대가 몰고 오는 정서적· 행동적 후폭풍은 오죽하면 남편의 귀가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두려움, 억울함, 불안, 초조, 절망감, 무기력, 자신감 저하 등의 증상은 물론 평소에는 우울증과 감정기복이 심하다거나 무기력과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 분노, 공포, 수치심, 자책감, 대인기피 등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아내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그대로 전염된다는 것입니다.

쉼터에 근무하면서 여러 가족들을 만났는데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상황이 아닌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마땅한 주거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친정식구, 친지, 친구 등 주변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섬’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지체계가 전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녀들은 ‘고문기술자’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자녀 양육에 따르는 여러 가지 어려움, 남편의 애원과 사과, 남편이 친정식구들을 윽박지르거나 심지어는 ‘죽여버린다’는 협박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들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성격차지수를 끌여 올려야만 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하여서라도 변화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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