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음사 한시연재

祝同學宋仁姝文學博士學位取得 (축동학송인주문학박사학위취득)

                                    ▶漢長 李昌幸 (한장 이창행)

 

瀛洲吟社魯庭樹(영주음사노정수)   영주음사에 노정이 우뚝 하나니

宋代茶詩學位成(송대차시학위성)   중국 송대의 차시로 박사가 되었다오

陸老飮焉吟嗜士(육노음언음기사)   육유가 마시니 시 읊는 선비들이 즐기고

神農栽也利施氓(신농재야이시맹)   신농씨가 심어 이익을 백성에게 베푸네

論文學海稱龜鑑(논문학해칭귀감)   논문을 학계에선 귀감이라 칭하매

養志翰林從典程(양지한림종전정)   뜻 기른 문단에서 법도를 쫒음이라

今得榮光誰不仰(금득영광수불앙)   지금 영광 얻으니 누가 우러르지 않으랴

惟勞硏究振功名(유로연구진공명)   오직 연구에 힘써 공명을 떨치시길

송인주 선생이 지난 2016년 박사학위를 취득할 당시 사진.

◉ 解說(해설)

▶大韓漢詩學會 會長 玄巖 蘇秉敦 (대한한시학회 회장 현암 소병돈)

우리가 흔히 어떤 분야에 막힘없이 달통(達通)한 사람을 일러 박사라고 하는데, 박사란 말은 그 역사가 중국의 진(秦)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말이다. 우리나라 조선조에서는 성균관이나 홍문원 등의 정칠품(正七品) 벼슬이었으며, 또 과거시험에서 유가 십삼경의 경서 중, 그 뜻을 묻는 문제에 답을 설명하는 경의문대(經義問對) 합격자를 박사라고 했다. 근래 서양의 분파학문이 들어온 뒤로는, 일정한 학술을 전공하고 심오한 이치를 다한 사람에게 주는 학위라는 개념이 되었다. 그래서 점잖치 못한 말 같지만 ‘박사를 딴다.’라고 흔히 이른다. 

  이번에 연재하는 이창행 작가의 시 ‘축동학송인주문학박사학위취득(祝同學宋仁姝文學博士學位取得)’은 우리 글로 해석하면 ‘함께 공부하는 송인주의 문학박사 학위취득을 축하함’이다. 시의 형식은 칠언율시 평기식이고, 운자는 ‘成(성), 氓(맹), 程(정), 名(명)’이며, 1행의 운자를 생략하여 첫 줄부터의 구속을 피하고자 했다. 첫 줄에서 운자를 생략하는 것은 변격이나 시상의 자유자재함을 작시자는 누릴 수 있다. 

 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며, 전국 최고의 전통을 어우르는 영주음사에 노정 송인주가 있어 우뚝하다고 시상을 일으킨 뒤, 왜 우뚝한가의 답으로 송대(宋代) 차시(茶詩)를 전공하여 제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인을 칭송하는 시를 한시에서 송시(頌詩)라고 하는데 그 전형적인 범주에 한치의 오차 없이 구성했다.

 율시에서 3, 4행을 함련이라고 하는데, 함련은 앞 1, 2행의 의미를 이어받아 두 줄을 꾸며야 한다. 중국 송대 차시의 대표적인 인물인 육유는 아호가 방옹이라서 흔히 육방옹으로 불리는데, 그는 일생에 무려 9239수의 시를 남겨 오늘날 전해지는 중국의 최고 다작(多作) 시인이다. 육유는 북송과 남송의 교차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시를 많이 써서 애국시인으로 불려진다. 차를 남달리 즐겼던 육유는 평생에 360여 수의 차시(茶詩)를 남겨 채양, 소동파와 더불어 송나라 3대 차인(茶人)으로 불려지기도 했는데, 위의 시를 쓴 작가는 송인주의 박사학위 논문이 "육유(陸游) 차시(茶詩)를 통한 송대(宋代) 차문화(茶文化) 연구(硏究)"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 축하시를 지었음을 알 수 있다. 4행에서 농사의 신(神)인 신농씨를 이끌어 온 것은 육유와 대장를 맞추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다.  앞선 1, 2행이 기(起)라면, 3, 4행은 승(承)이니 이제 전(轉)을 말해야 한다. 전(轉)은 글자의 뜻처럼 앞의 시상을 한번 굴려야 하는데,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곳이다. 이 시의 작가는 논문(論文)과 양지(養志)를 언급하며 학계와 문단을 끌어내 귀감과 법도로 갈무리한다. 기(起), 승(承)부분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읊었다면, 전(轉)과 결(結)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해야 좋은 시가 된다는 실례를 보이며, 정(情), 감(感), 심(心), 각(覺)을 전(轉), 즉 경련(頸聯)에서 표현해내고 있다.

 이제 시의 마무리를 앞뒀다. 실(實), 설(說), 구(口), 전(傳)으로 설명하는 미련(尾聯)인 7, 8행은 상상이나 환상의 뜻이 있으면 절대 안 되는 곳이다. 사실, 설명, 말, 전달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학위취득의 영광과 우러름,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공명을 떨치라는 부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창행 작가는 제주의 유명 서예가라서 그런지 여덟 줄을 엮어감이 매끄러우며, 특히 함련인 3, 4행의 4번 자(字)에서 종결사인 焉(언)과 也(야)를 쓴 것은 노련함의 극치이며, 기, 승, 전, 결을 구성함에 각각 시법에서 요구하는 작법의 특색에 근접하려 한 노력은 출중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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