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이야기 1]사려니숲에서 꿀벌을 기르는 수원양봉원 양수남 대표

양수남 대표와 부인 고원춘 씨가 벌을 돌보고 있다.(사진 장태욱 기자)

주말 사려니 숲은 휴식과 힐링을 위해 찾아온 발길로 붐빈다. 초여름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사려니 숲길은 여전히 선선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숲길을 걷다보니 주변에 화사하게 피어난 들꽃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그중에 더러는 하얗고 더러는 노랗고 더러는 옅은 분홍빛을 띤 인동꽃은 곱고 환하다. 또, 산딸나무는 하얀 꽃잎을 부채처럼 넓게 펼쳐, 주변 짙은 초록의 삼나무 숲과 대조를 이룬다. 때죽나무(제주어로 종낭)는 꽃은 부끄러운 듯 꽃잎을 조금만 벌렸는데, 그 틈으로는 종 모양의 열매가 모습을 보인다.

이 꽃들을 찾아 숲속에 자리를 튼 농가가 있다. 제주수원양봉원 양수남(74) 대표와 부인 고원춘(72) 씨 부부로, 평생을 벌을 키우고 꿀을 채취하는 일에 종사했다. 양수남 대표는 “내가 본격적으로 양봉을 한 것만도 50년이 넘는데,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배웠고 아들에게 가르치기 때문에 3대에 걸쳐 하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사려니숲은 국내 최대 때죽나무 서식지다.
인동꽃.
산수국.

양봉업자들은 계절별로 꽃을 따라 이동하며 꿀을 채취한다. 양 대표는 벌통 250개에서 벌을 먹이는데, 지난달에는 감귤꽃을 좇아 과수원에 벌통을 놓았다. 지금은 신흥리 메밀밭과 하천리 메밀밭, 사려니 숲에 벌통을 분산했다. 사려니 숲 인근은 국내 최대의 때죽나무 자생지인데, 때죽나무 꽃이 피면 좋은 꿀을 많이 채취할 수 있다. 이곳에 벌통 45개를 놓아 꿀을 채취하고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꿀을 직거래로 팔기도 한다.

양 대표는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꿀을 많이 채취했는데, 올해는 때죽나무가 해거리를 해서 꽃이 별로 없다”라며 “때죽나무는 3년에 한 번 꼴로 해거리를 한다”고 말했다.

벌은 오래도록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그러다가 미국 필라델피아의 성직자 로렌조 랭스트로스가 1860년에 소비(巢脾, 벌집틀)를 만들고 벌통에 넣다 꺼내는 법을 발명하면서 벌꿀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

현재의 벌통과 소비도 랭스트로스가 처음 고안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육면체의 상자 안에 벌통구조와 비슷한 여러 개의 소비가 있고, 사이에는 벌이 출입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벌통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힌 후부터는 벌과 동료가 되고 벌을 이용해 꿀을 집단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양 대표는 “소비에는 애벌레방과 꽃가루방, 성충방 등 5000여개의 크고 작은 방들이 있다. 여기에 약 4000마리 벌이 자란다. 1개의 벌통에는 보통 4~5만 마리 벌이 생활한다”고 말했다.

벌의 생애는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 등 네 단계로 이뤄진다. 벌집 안에는 여왕벌이라는 번식을 담당하는 암컷 벌 한 마리가 있다.

양 대표는 “알에서 3일이 지나면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성충으로 변하는 기간은 일벌이 21일, 여왕벌이 16일, 수벌이 25일 등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벌의 수명이 40~60일이 되기 때문에 한 마리가 사망하는 기간에 벌집에서 세 차례 성충이 태어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최소 60일 간격으로 일벌의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양 대표는 “벌을 이용해 꿀을 채취하는 것 못지않게 벌을 번식해 개체를 잘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벌의 개체를 늘리기 위해서는 벌을 안전한 위치에 잘 보관해야 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벌이 소나기를 맞아 날개가 젖으면 죽는 일도 있고, 진드기나 가시응애에 물리면 알이 죽거나 날개에 장애가 생겨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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