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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와서 폭우 끝에 사찰 소풍 "자랑거리 늘었다”무오법정사지 활성화 ‘법정사 소풍’ 15일 열려, 시민과 관광객 40여명 참가
장태욱 | 승인 2019.06.16 16:53
법정사로 떠나는 소풍.(사진은 장태욱 기자)
송형록 서귀포신문 대표가 참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초등학교 때 소풍 날만 다가오면 비가 내려 어린 가슴이 많이 아팠다. 날씨는 늘 아이들을 시샘을 해서 소풍을 꼭 연기하게 만들었다. 소품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학교에 귀신이 산다는 괴담까지 돌았다.

법정사로 소풍을 떠나는 날도 그랬다. 15일에 소풍을 계획했는데, 14일에 종일 비가 내렸다. 제주시에는 폭우가 쏟아지기까지 했다.

소풍 기획에 참여했던 한금순 박사가 애가 닳았고, 그 바람에 우호원 씨가 새벽에 법정사와 자연휴양림 일대를 새벽에 점검하고서야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에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하늘은 법정사의 거룩한 정신을 찾겠다는 방문객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각각 버스를 타고 온 방문객들은 10시 무렵에 법정사 주차장에 집결했다. 송형록 서귀포신문 대표와 한금순 박사, 노수미 작가, 변명선 작가, 강상무 유족회장, 홍종택 세계유산본부 역사문화재과장, 참가를 신청한 시민과 관광객 40명, 김철진 중문청년회의소장 등이 모여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송형록 서귀포신문 대표는 “서귀포신문이 법정사항일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학술세미나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오늘 소풍에 많이 참석해주셔서 고맙다”라며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고, 다음에 있을 행사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우호원 씨의 안내에 따라 준비운동을 하고 몸에 진드기 기피제를 뿌린 후 소풍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숲속 길과 하천을 건너 법정사지를 찾았다. 그곳에서 희생자들에게 잠시 묵념을 올린 후에 한금순 박사의 해설을 들었다.

강상무 유족회장(좌)과 한금순 박사(우).(사진은 장태욱 기자)
기획에 참여한 우호원(좌), 신승훈 씨.(사진은 장태욱 기자)

한금순 박사는 “우리가 버스를 타고 와서 잘 못느끼지만 이곳은 한라산 국립공원 안에 있을 정도로 높고 깊은 숲속이다”라며 “우리가 항일운동을 말할 때 3.1운동을 떠올리지만 그 전 해에 법정사항일운동앙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스님들을 중심으로 도순, 하원, 월평, 중문 등 주민 700여명이 참여했던 항일운동으로, 당시 형사사건부나 재판기록부들이 국가기록원에 남아있어서 연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금순 박사는 “3.1운동은 전국적으로 일어난 운동인데, 법정사 스님과 신도들은 3.1운동과 무관하게 1918년 4월부터 무기를 만들고 조직을 구성하는 등 거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초기 의병운동처럼 붉은 깃발과 격문을 만들고, 사냥총이나 몽둥이로 무장을 했던 것이 3.1운동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김연일 주지스님과 관련해 “경주 기림사의 스님이었는데 제주도가 우리나라 지도에서 닻(anchor)의 모양이기 때문에 닻을 들어 올려야 배가 출항하듯 제주도가 일어나야 우리나라 전국으로 퍼져나간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님과 신도들은 1918년 10월 7일 새벽에 이 자리에 모여 새벽 예불을 올리고 자신들의 거사의 목표를 공유하고 새벽길을 내려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법정사지를 둘러본 후 순의비와 의열사를 답사했다. 한금순 박사는 의열사에 소장된 스님과 신도들의 영정과 관련해 “서귀포에서 활동하는 화가가 후손들의 얼굴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후 제주도에 일제 경찰이 들어오고 1912년에 검찰지청과 법원이 생겼는데, 1918년 법정사항일운동이 일어나자 일제는 스님과 신도들을 체포해 목포로 이송했고 경찰이 아닌 검찰이 직접 조사하게 했다”라며 “이 사건을 제주사람들이 알 수 없게 하기 위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오래도록 주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법정사지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은 장태욱 기자)
참가자들이 의열사 안에서 한금순 박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숭의탑 압에서.(사진은 장태욱 기자)

한금순 박사는 “3.1운동을 지도했던 손병희, 한용훈 같은 지도자에 내린 형이 3년이었는데 법정사 주도자들에게 내린 형이 10년이었다. 그리고 가혹행위로 사망하는 자들도 있었고, 대부분 고문 후유증으로 자식을 낳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하원천을 건너 서귀포자연휴양림 숲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숲길을 따라 자연휴양림 쉼터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나눴다. 변명선 작가가 자동차로 도시락과 음료를 나른 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법정이오름 정상 전망대에 올랐다. 이곳에 서니 지귀도에서 가파도까지 서귀포해안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민들은 시원한 전경을 배경으로 폰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참가자들은 애초에 출발했던 법정사 주차장에 모여 설문조사를 마치고, 동화 <법정사 동이>와 시계 등을 기념품으로 받고 오후 2시 경에 해산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참가자 김명옥 씨는 “제주 여행을 위해 대평포구 인근에 숙소를 정해서 보름살이를 하고 있는데 지인이 이런 행사가 있다고 권해서 참가했다”라며 “소풍도 즐기고 법정사항일운동에 대해 알고 간다. 서울에 가서 자랑거리 하나 늘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민 강진숙 씨는 “행사의 취지도 좋았고 오늘 날씨까지 좋았는데 오랜만에 걸으려니 다리가 아팠다”라며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을 키우고 다음 행사에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2019무오(1918년)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 활성화 사업의 첫 번째 행사로 열린 ‘제주법정사 소풍’이다. 서귀포신문이 행사를 주관했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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