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귀포지사 보험급여팀장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은 다른 사람에게 건강보험증을 빌려주거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도용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보험증을 빌려주거나 도용을 당한 경우 타인의 진료 받은 질병이 본인이 질병으로 기록되어 진료정보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진료과정에서 왜곡된 환자 정보로 인한 잘못된 처방 등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본인의 진료 받은 내역을 타 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다른 사람의 병력이 제출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어쨌든 타인의 질병이 본인의 질병으로 관리된다면 섬뜩한 일이다.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나 건강보험증 대신 주민등록번호만 불러줘도 진료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렇게 신분증 확인 없는 간편한 진료 절차로 건강보험증 대여나 도용 등 부정사용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공단은 최근 6년간(2013년~2018년) 건강보험증 부정 사용자 6900여 명을 적발해 77억 원을 환수 결정했고, 그 중 실제 환수율은 약 46% 정도에 그쳤다.

얼마 전 신분증 제출 없이 미리 외우고 있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449회에 걸쳐 진료를 받고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470만 원을 부당하게 발생시킨 30대(여)에 대해 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와 보호관찰을 명령한 바 있다.

현재 공단은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시스템에 의해 타인 명의로 진료 받는 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또한 진료받은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여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보험증 부정사용은 지인이나 친·인척 등에 의해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진료 받고 난 후 신고에 의한 수동적인 적발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진료 접수 시 신분증을 확인한다면 보험증 부정사용은 근절되고 그만큼 보험재정 절감 및 국민 부담도 최소화 될 것이다.

지난 3월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병원협의회가 ‘건강보험증 부정사용방지’를 위한 업무협약를 체결하고 대국민 홍보 및 올해 7월부터 병원 입원환자에 대해 신분증 확인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제 보험자(공단)와 공급자(병의원)는 협력하여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을 근절시켜야 한다.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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