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모두 성폭력이라는 구호.(사지는 여성가족부 성폭력예방 동영상 갈무리)

성폭력(Sexual Violence)이란 성을 매개로 한 폭력입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적·언어적·정신적 성행위를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강요하거나 위압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성 결정 능력이 없거나 의사표현 능력이 없는 것을 이용하여 행하는 성행위도 포함됩니다. 비장애인뿐만이 아니라 이를테면 어린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성범죄행위에 있어서 설령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명시적인 동의가 없었다면 성폭력이 됩니다. 성폭력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인데 여기서 먼저 자기결정권의 의미를 알아봐야하겠습니다.

자기결정권이란 ‘의미 있는 동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즉,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이익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자신과 관계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자기 결정권은 선택에 대하여 책임을 전제하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지 않아야 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의 인격을 손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기반으로 모든 성행위에 있어서는 성적 수치감이나 모욕감 등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스스로 원하기만 하면 어떠한 성적인 행동이든지 무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책임 있는 태도가 전제되지 않는 성적 자기 결정권은 사려 깊지 않은 성적 행동을 일으킬 수 있고 외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성적 방종과 다르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낙태 등 생명 윤리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철저한 자기 성찰과 숙고가 뒤따라야함은 물론입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야만 하는 기본적 권리임을 꼭 기억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는 성행위에 있어서는 적극적이며 〮명시적인 동의가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침묵하는 것을 결코 동의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No means, No!’이며 ‘Yes means, Yes!’입니다. 상대방의 동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행위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기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입장 바꿔 생각하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성폭력의 특징 중 하나는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보다는 주변의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많은 성폭력사건들이 모르는 사람에 의한 것이 많기 때문에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폭력사건은 가해자가 주변 지인인 경우가 83%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 중 성인의 경우에는 직장과 관련 있는 사람이 35%, 청소년의 경우는 학교나 학원 등과 관계있는 경우가 35%, 특히 유아나 어린이의 경우는 60%가 친·인척입니다. 놀라운 수치입니다. 우리가 명절이나 집안 행사, 피서 등 친·인척이 모이는 경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려 자게 되면서 성폭력사건이 일어납니다. 부모들은 정말 생활 속에서 조심하고 경계해야할 일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성폭력사건을 나이가 들어서 어렵게 결심했다고 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를 보면 평생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 속에서 일상에서 가해자를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것은 죽음과도 같은 공포라고 피해자는 표현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일상에서 아이와 어떤 대화든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이 됩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아이에게 따스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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