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
讀蘭亭記有感(독난정기유감) 난정기를 읽고 느낀 바 있어서
▶ 永辰 金世雄(영진 김세웅)
讀蘭亭記右軍書(독난정기우군서) 우 장군의 글인 난정기를 읽어 보니
對酒詩朋禊祭墟(대주시붕계제허) 계제사 터에서 시 짓는 벗들이 술을 대했네
流水去觴詩作促(류수거상시작촉) 흐르는 물따라 술잔 돌리며 시 짓기 재촉하고
晴天爽氣唱長舒(청천상기창장서) 맑은 하늘 상쾌한 기운 길게 노래하며 펼쳤네
瓊章飄逸史存稱(경장표일사존칭) 훌륭한 문장이 표일하다고 역사에서 칭하니
雅士風流名不虛(아사풍류명불허) 고아한 선비들의 풍류는 헛된 명성이 아니네
神品賀筵誰敬仰(신품하연수경앙) 뛰어난 연회 누구나 존경하고 우러러 보니
自生乘興筆華餘(자생승흥필화여) 저절로 흥 일어 문채가 여유 있네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353년 늦봄, 회계의 난정(蘭亭)에서는 선비들이 계(禊)제사를 지내며 시냇물에 술잔을 띄워 술을 마시고 시를 짓는 놀이를 즐겼다. 이때 연회에 참석한 명사들이 읊은 시를 시집(詩集)으로 편집하며 왕희지(王羲之, 303~361년, 321~379년이라는 일설도 있음)가 서문으로 썼는데, 그 서문이 바로 만고의 명문장이라고 불리는 난정기(蘭亨記)이다.
위의 시를 쓴 김세웅 작가는 난정기를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 ‘독난정기유감(讀蘭亭記有感)’이라는 시 제목으로 위의 시를 썼다. 이 시는 칠언율시, 평기식의 시로 운자는 1, 2, 4, 6, 8구의 마지막 글자인 書(서), 墟(허), 舒(서), 虛(허), 餘(여)이다.
이 시의 수련(1, 2구)에서는 우군(右軍), 즉 왕희지가 쓴 난정기의 계(禊)제사를 언급하며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계제사는 3월 삼짓날 물가에서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신께 빌어 재앙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말한다.
함련(3, 4구)에서는 늦봄에, 난정(蘭亭)에서 많은 젊은이, 어른, 인재들이 모두 모여, 계(禊)제사를 지내고, 시를 읊으며 술을 즐겼던 모습을 언급하고 있다. 난정에는 무성한 숲과 맑은 시냇물이 있었는데, 당시 그곳에 모인 선비들은 그 물길을 끌어다 술잔을 띄우고 둘러앉아 ‘일상일영(一觴一詠)’을 했다. ‘일상일영(一觴一詠)’이란 ‘술 한잔에 시 한 수를 읊는다.’라는 뜻으로, 자기 앞에 흘러온 술잔을 받아 마신 뒤, 그 잔을 물에 띄워 보내고, 다시 잔이 자기 앞에 돌아오기 전에 시를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잔이 돌아올 때까지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 석 잔을 마셔야 했다.
경련(5, 6구)에서는 그 당시 지어진 문장이 역사적으로 뛰어난 문장이고, 바르고 깨끗한 선비들의 풍류는 헛된 명성이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瓊章(경장)-雅士(아사), 飄逸(표일)-風流(풍류), 史(사)-名(명), 存(존)-不(불), 稱(칭)-虛(허)’로 정확히 대구(對句)를 맞추고 있다. 이 대구(對句)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아래 부분의 글자와 단어들을 모두 같은 품사가 되도록 배치하며 대구(對句)를 멋있게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구(對句) 부분은 율시의 꽃으로, 초학자는 쉽게 창작하기 힘든 부분이다. 김세웅 작가는 정읍문화원에서 주최한 전국한시백일장에서 입상했던 노련한 작시 실력을 이 부분에서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미련(7, 8구)에서는 유상곡수(流觴曲水), 즉 흐르는 시냇물에 술잔 띄워 시 짓는 놀이는 누구나 우러러보는 놀이로, 작가도 난정기를 읽는 동안 저절로 흥이 일어서 시를 쓰는 문채가 여유 있음을 말하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6월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머지않아 7월, 바야흐로 산야에는 초록빛이 성하고 계곡물은 한가롭게 흐르며 살아있는 그림 같은 자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삶에 얽매여 분주했던 마음 잠시 내려놓고, 흐르는 계곡물에 마음이 맞는 벗과 마주 앉아 술잔을 띄우고, 시 한 수 읊으며 옛 선비들의 ‘유상곡수(流觴曲水)’ 풍류를 즐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