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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손으로 마이크 잡지만 행복한 농부가수30년 가수생활 끝에 제주에 정착한 농부가수 혜리 씨
강문혁 | 승인 2019.07.05 17:05
귤나무를 다듬는 가수 혜리 씨

 

현순식, 혜리 씨 부부 (사진= 강문혁 기자)
보목자리돔 축제 무대에선 가수 혜리 씨.

보목자리돔 축제, 서홍동 정월대보름축제, 위미 열린 음악회, 남원한가위 축제 등의 행사에서 열창의 무대를 선보이며 많은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농부가수 혜리 씨. 음반을 세번이나 낸 경력있는 가수다.

혜리 씨를 만나기 위해 보목초등학교 인근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귤밭을 찾았다. 혜리 씨는 남편 현순식(보목동 55) 씨와 함께 하우스에서 귤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혜리씨를 처음 본 건 보목교회 음악회에서였다. 그때는 화려한 의상에 세련된 모습이었는데  오늘 본 혜리씨는 가수였지만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멋쟁이 아주머니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30년간 가수생활을 하던 혜리 씨는 8년 전 지인의 소개로 남편 현순식 씨를 만나 제주도에 내려왔다. 고향 부산을 떠나 보목동에서 남편에게 귤 농사를 배우는 혜리 씨에게 동네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았다. 도시에서 가수 생활을 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 얼마나 농사일에 견디나 보자는 눈빛이었다.

농사일 배우는 처음엔 남편과 함께 농약과 비료를 뿌리다 보면, 처음 맡는 농약과 비료 냄새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는 저녁 준비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서귀포가 살기 좋고 보목마을 인심이 좋아 빨리 농사일을 배우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초겨울 수확기는 일손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할 수 없이 귤 따기 초보 혜리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혜리 씨는 의외로 요령껏  빠른 손놀림으로 솜씨를 과시했다. 그래서 보목마을에 일 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디 잘하는 게 귤 따는 일 뿐이었던가? 그동안 사람들과 눈길, 손길 마주친 이력이 있어 수다도 고수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스타 일꾼이 됐다. 어른들과 친해지고 나서 보목노인대학에서 노래교실을 열어 노래도 가르쳤다. 가요를 못 부르시던 어르신들이 음정, 음감을 찾아 어느 정도 노래를 부르시면서 노인대학 분위기는 점점 활기가 넘쳤다.

재능이 많은 혜리 씨는 미용자격증이 있어 복지사와 서귀포 지역 어르신들을 방문해 머리도 손질해 드린다. 다시 방문했을 때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가족이 "혜리 씨 덕분에 고인이 곱게 세상을 뜨셨다"는 말을 할 때는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낮에는 농약치고, 비료 뿌리고, 열매솎기하고, 귤나무 다듬고, 귤 따고, 땀 흘려 일하며 서귀포지역에서 열리는 마을축제에서 노래 부르는 일이 혜리 씨는 좋다고 한다.

농사일에 무릎과 손관절이 아프고, 이젠 거칠어진 손을 들고 무대에 서지만 서귀포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일은 고향 부산에서와는 다른 느낌이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대 위에 혜리씨의 모습이 가수 같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혜리 씨는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 자신이 땀과 흙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향기에 가수 혜리 씨는 무대에 서고 밭에서 땀을 흘리며 살고 싶다고 한다.

강문혁  1119abck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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