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고전 맛보기⑰]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Whilst, therefore, the enlargement of the functions of government, involved in the task of adjusting to one another the propensity to consume and the inducement to invest, would seem to a nineteenth-century publicist or to a contemporary American financier to be a terrific encroachment on individualism, I defend it, on the contrary, both as the only practicable means of avoiding the destruction of existing economic forms in their entirety and as the condition of the successful functioning of individual initiative.

propensity : 경향/ inducement : 유인책/ encroachment : 침해/ practicable : 실행 가능한 / entirety : 전체 /initiative : 추진, 동기부여

개인의 소비성향을 조절하는 일과 관련됐든 투자를 유인하는 일과 관련됐든, 정부의 기능을 확장하는 일은 19세기 홍보담당자나 미국의 금융업자에게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로 보이겠지만, 나는 반대로 이것(정부 기능의 확대)을 옹호한다. 이는 현존하는 경제 형태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피하는 실용적인 수단이며 개인에 대한 동기부여를 성공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883년, 빅토리아 왕조시대에 영국의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영국의 명문 사립인 이튼스쿨을 거쳐 캠브리지에 입학했다.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에 입학해 수학을 전공하던 중 경제학에 관심을 품고 잠시 마샬에게서 경제학 지도를 받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1906년부터 런던 소재 인도청에서 근무했다.

1908년부터는 마샬의 권유로 캠브리지에서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쳤다. 이 시기 케인즈는 경제학 관련 저술들을 접했고, 학술지 <이코노믹스 저널>의 공동 편집자에 임명됐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파리강화회의에 영국재무부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케인즈는 1923년에 <통화개혁론>을, 1930년에 <화폐론>을 집필하며 저축과 화폐의 관계 등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일반이론>과 더불어 케인즈의 3대 저술이라 불리는 책들이다.

그런데 1930년에 대공황이 세계를 강타했다. 실업은 치솟고 소득은 반토막이 됐다.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각국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불황은 장기화되고 사람들은 집과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케인즈의 학문적 성과는 모두 휴지가 됐고, 경제학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맞았다.

케인즈는 대공황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고전경제학자와 재무부 관료들의 무능을 비판하기 위해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이하 일반이론, 1936년)을 집필했다.

케인즈는 일반이론을 통해 우선 고전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세이의 법칙(Say's Law)’을 비판했다. 세의 법칙은 프랑스 경제학자 장바티스트 세이가 제시한 이론으로,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세이이 법칙은 상품생산은 노동자와 공급업자가 모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소득을 가져다준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특정상품이 일시적으로 과잉 생산된 경우는 점차 가격이 떨어져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 과잉은 해소되고, 이런 이유로 노동은 항상 완전고용수준에 있게 된다.

그런데 케인즈는 고용량이 증가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그 결과 경제 전반에 소득과 생산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생산자가 소득을 전부 소비에 사용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기 때문에, 생산비용 증가분은 전부 회수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결국 생산자는 고용을 이전보다 줄일 것이고, 실업은 필연적이 된다.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가계의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지출을 합한 유효수요가 충분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투자지출이 항상 부족하다.

소개한 대목은 제 24장(CONCLUDING NOTES ON THE SOCIAL PHILOSOPHY TOWARDS WHICH THE GENERAL THEORY MIGHT LEAD, 일반이론을 통해 도달할 사회철학에 관한 결론) 3부에 들어 있다.

당시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그릇된 일로 여겨졌는데, 케인즈는 경제 전반을 보호하고 각 개인들에게 생산과 소비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미래를 낙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 카터 행정부가 들어선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혹은 신고전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불황은 장기화되고 실업은 만성적이 됐다. 정보통신 혁명이 달성한 ‘고용 없는 성장’은 사업가에게는 환호를 노동자들에게는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가 다시 케인즈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케인즈는 책의 서문에 ‘책이 주로 대상으로 하는 독자는 나의 동료 경제학자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일반인들은 해설 없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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