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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을 작은 선생님이라는 할머니, 배움이란 과연[인터뷰] 오석학교에 다니는 만학도 할머니
서귀포신문(오석학교) | 승인 2019.07.19 13:52

배움이 대학 입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많은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분야를 배우는 것이 아닌, 짜인 커리큘럼에 따라 쫓기는 형태의 배움을 강요받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배움의 목적을 상실함에 따라 배움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요즘, 학생들과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배움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서귀포에 위치한 야간 학교인 오석학교에 다니는 여울반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삼성여고 3학년 김지예, 2학년 홍수정, 김민정 학생 등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선, 정노순 학생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정노순 학생.(사진은 오석학교 제공)

-오석학교에 다니게 된 계기는?

배우는 것은 우리 애들이 오석학교가 있다고 해서 오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학교에 다니는 것을 머뭇거렸다. 애들이, 딸이 가자고, 한 번만 가자고, 연습으로 한번만 가보자고 해서 다니게 되었는데 좋다. 배우는 게 좋다. 학교 다니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다. 얼른 읽는 건 아직도 서투르지만 어디 가서 저게 어떤 간판인가 정도는 이제 알게 되었다.

-배울 때 쓰는 필기구들도 직접 구매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필기구 하나 사면 이것저것 다 적어보고 싶다. 필기구들을 사다 놓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용 좀 써봐야지 하는데 한두 자 쓰면 금방 넘어가버려서 못 적게 된다. 그래도 이 정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더 배우고 싶은 것은?

더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오석학교에서 컴퓨터도 배우고 싶은데 일을 다니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 배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은 읽는 것. 능숙하게 좀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게 내 소망이다.

 

다음은 오계순 학생과의 일문일답이다.

오계순 학생(사진은 오석학교 제공)

-오석학교에 어느 정도 다니셨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거의 5, 6년 다닌 것 같다. 우리는 글을 하나도 모르니까 오석학교에 오려고 했는데 우습게 보일까봐 못 다녔다. 그런데 강정에 사는 친구가 학교에 가면 나처럼 글에 서툰 사람도 많으니까 가보라고 했다. 가면 사람들도 좋고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다고 해서 오게 되었다. 오석학교에서 글을 배워 잘 쓰지는 못해도 글짓기 대회에서 몇 번 상 받을 정도로 많이 배운 듯하다.

나는 어렸을때 글을 하나도 못 썼었다. 아니 알지를 못했다. 먹고 살기 바빠서 공부를 하나도 못했다. 내가 하원 살 때 대배기(물 긷는 그릇의 제주도 사투리)를 지고 물을 기르러 갔는데 글을 쓰고 가라고 했다. 제주도 남제주군 하원리 어디에서 온 누군지 쓰고 가라고 했는데 그걸 쓸 수가 없었다. 그때는 이름조차 쓰지 못했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돌아오니까 어머니가 왜 물을 지고 오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공부를 안 시켜주셔서 글을 못 써서 그냥 돌아왔다고 말하자 어머니가 우셨던 기억이 난다.

-오석학교에서 배우는 건 어떠신가요?

잘 하지는 못해도 어릴 때 우리는 글을 너무 몰라 배우는 것에 한이 맺혔었다. 나는 지금 학교에 다닐 나이는 아니지만 공부하는 것도 좋고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좋다. 다른 사람들이 말 걸어주는 것도 반갑고 학교에 와서 말도 하고 싶고 그렇다. 같이 공부하는 기분이 너무 좋고 집에만 가면 학교에 가고 싶어진다.

-더 하고 싶은 것

중학교 검정고시도 보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 어려울 것 같다. 지금 글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오석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면 글조차 알지 못 했을 것이다. 학교에 다니니까 책에 적혀있는 글도 알아보고 글도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로도 만족한다.

오석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글에 대한 배움을 늦게 시작하신 분들이다. 그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학교에 찾아왔고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며 공부를 한다.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오석학교 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학생(어르신)들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그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도 하고 받아쓰기 활동 등을 보조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서툴렀다. 그러나 ‘작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며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는 모습은 내가 학생들의 열정과 확고한 목표 의식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일상에서 찾았고 알아가는 재미를 학우들과 함께 나누었다. 학생들은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얻게 된다고 말했고 자신에 대한 변화는 배움을 계속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확장된 배움에 대한 의지로 이어진다. 능동적인 배움으로 말이다. 오석학교 학생들에게 배움은 생활의 한 조각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배움이란 어떤 의미인가? 

서귀포신문(오석학교)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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