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중문단지 가로수 야자수 제거 중, 전문가는 “대체 가로수 선정에 신중” 조언

중문관광단지 내 워싱턴야자수 가로수가 고사되는 모습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밑동이 잘린 나무들.(사진은 장태욱 기자)

중문관광단지 내에 이국적 풍광을 연출했던 워싱턴야자수가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나무들이 점점 고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문가들은 대체 가로수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80년대 이후 제주가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를 처음 방문한 국내 관광객들은 제주공항과 중문관광단지 내 야자수 가로수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동남아나 남태평양, 남미대륙에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열대작물을 제주 길가에서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자수 가로수는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겼으니 제주관광에 효자 역할을 제대로 감당했던 셈이다.

그런데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지난 22일부터 중문관광단지 1단계 부지 가로수를 전면 제거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1단부지 남쪽 퍼시픽랜드 인근 40여 그루는 이미 밑동이 잘린 상황이다. 나머지 여미지 식물원 인근 10여 그루도 이미 잘려있다. 남은 가로수들 가운데도 이미 고사된 게 여러 그루다. 살아남은 것들도 중간 줄기들은 대부분 말라버렸고, 나무의 꼭대기 부분에만 줄기가 살아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전문가들에게 진단을 요청했는데, 야자수 내부에 고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전분 교체하기로 했다”라며 “워싱턴야자수를 이곳에 심은 지 35년이 됐기 때문에 수명이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가 대체 가로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같은 품종으로 다시 식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자수 분야 전문가로 불리는 이석창 자연제주 대표는 “워싱턴야자수 원산지는 연 강수량 200~400mm 정도의 고온 건조한 지역이다”라며 “연 강수량이 2000mm에 육박하는 제주의 습한 기후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워싱턴야자수가 다습한 제주에서는 웃자람이 심하게 나타나 줄기들이 내실 있게 발육하지 못했는데, 2016년 1월, 한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후 고사가 급격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주에 가로수로 주로 식재된 품종인 워싱턴야자수와 코커스야자수, 뷰티아야자수 등은 엄밀히 말해서 제주의 기후에 맞지 않다”라며 “이국적 경관이 필요하고 미래 경관수요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지중해성 작물과 미국 LA 인근 작물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2단계 부지 내 가로수는 심은 지 오래지 않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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