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사로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 중심적인 성문화(sexual culture)에 의한 이중 성규범(sexual norm) 때문입니다. 여성은 출생하고 자라나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와 직장 등 곳곳에서 ‘여자는 착하고, 순결하고, 고분고분 하라’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게 됩니다.

삼종지도를 근간으로 하는 ‘어디서 여자가 나대냐?’ ‘여자가 설치고 다니냐?’라는 핀잔부터 시작해서 결혼 후에는 육아와 집안일 등 ‘입 닥치고 시키는 대로 조용히’ 해야만 하는 묵시적이고도 암암리에 강요당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맞닥뜨리게 되고, ‘그것이 곧 가정과 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아주 그럴듯하게 포장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여성을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길들이는 것으로써 후폭풍은 결국 폭력의 상황에서도 고분고분하게 순종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듦으로써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폭력에의 대응력을 떨어드려 폭력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생 딸이 성장과정에서 자기주장이 확실하도록 성장과정에서 양육되었다고 하면서 대학 입학 후 벌어진 성폭력의 상황에서 신고를 망설였고 또 부모에게 사건 발생 즉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아버지에게 동석한 어머니는 ‘그것은 여자들에게 있어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항변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남성과 여성의 시각차는 결국 성장과정에서 남녀 다르게 습득되는 ‘성규범’의 적용이면서 이것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피해자 상담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도 왕왕 목격하기도 합니다.

규범이란 인간이 가정, 학교, 직장 등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요구받는 일정한 행동양식을 말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전승되어 온 관습, 한 사회의 도덕과 공적인 법률과 제도 등이 규범을 형성하면서 개인의 행동 준거가 됩니다. 이를 따르면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만, 따르지 않으면 따돌림 따위의 제재를 받게 되지요. 규범을 규정하는 것은 구성원이 속한 사회의 문화와 이념, 역사와 법이나 제도 등이 있고, 사회마다 규범의 범위와 내용, 강도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대표적인 나라로 수용되는 사회적 규범이 많고, 부적절한 행동에 강한 제재가 따르는 사회이다 보니 이에 따라 개인에 대한 구속력이 강력하고,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성향은 약하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욕구나 의사보다는 주변인의 기대에 더 충실하기 마련인데 그 원인으로는 높은 인구밀도와 자원 부족, 농경사회라는 특징과 빈번했던 외부와의 전쟁 경험 따위가 거론되는데 이를테면 사람들의 소비 행위도 규범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과도한 추종 소비와 유행 편식, 과시적 소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중 성규범’은 결국 여성의 행동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는 왜곡된 통념과 사회적인 인식이 잘못 적용되면서 낮은 인권의식 그리고 이에 기초한 뒤틀린 관습이나 폭력에 허용적인 문화와 더불어 미약한 가해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의 허술함이 맞물려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테이트폭력을 포함하여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폭력이 그러합니다.

이중적인 성규범이야말로 우리가 새로이 판을 짜야 하는 규범 안에 있다면 무엇보다도 최우선합니다. 우리는 남․녀가 아니라 그 이전에 사람,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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