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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鶯(문앵) 꾀꼬리 소리 들으며瀛洲吟社 漢詩 連載(영주음사 한시 연재)-12
서귀포신문 (영주음사) | 승인 2019.07.28 00:44

                            聞鶯(문앵) 꾀꼬리 소리 들으며

                                           ▶靑峰 金宗洙(청봉 김종수)

 

鶯梭岸路厚靑苔(앵사안로후청태) 나무에 꾀꼬리 날고 언덕길 푸른 이끼 짙은데

伴燕飛揚展望臺(반연비양전망대) 짝지은 제비는 전망대로 날아오르네

散策樹林遊老客(산책수림유노객) 나무숲에서는 노인들이 산책하며 즐기고

逍風花逕學童孩(소풍화경학동해) 꽃길에는 학동들이 소풍을 나왔네

景光曉色金屛掩(경광효색금병엄) 동트는 새벽 경치 금병풍으로 가린 듯하고

山影東南玉帳開(산영동남옥장개) 산 그림자는 동남쪽으로 옥 장막 펼친 듯하네

芳草綠陰香氣快(방초녹음향기쾌) 푸른 나무와 방초의 향기가 상쾌하고

野亭詩想詠乾杯(야정시상영건배) 들의 정자에서는 술잔 들며 시상을 읊조리네

전북 부안에 있는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이다. 중년을 넘긴 부부가 숲속을 산책하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 解說(해설)

                               ▶文學博士 魯庭 宋仁姝 (문학박사 노정 송인주)

 

맑고 상쾌한 느낌이 전해지는 위의 시는 칠언율시 평기식의 시로, 운자는 1, 2, 4, 6, 8구의 마지막 글자인 ‘苔(태), 臺(대), 孩(해), 開(개), 杯(배)’로 모두 ‘회(灰)’자(字) 운통(韻統)의 글자들이다.

이 시의 수련(1, 2구)에서는 푸른 이끼가 낀 들길의 나뭇가지 사이로 꾀꼬리가 날아다니고, 득의(得意)한 듯 짝을 이루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제비의 모습을 읊고 있다. 이 부분 1구에서 말하는 앵사(鶯梭)라는 시어는 송나라 저영(儲泳)이 쓴 <제천락(齊天樂)>사(詞)의 “柳綫經煙, 鶯梭織霧(류선경연, 앵사직무) 실처럼 드리운 버들가지에 연기 같은 것이 지나가니, 꾀꼬리는 베틀 북처럼 오가며 안개를 짜는 듯하네.”라는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이 시어는 나뭇가지 사이로 빠르게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모습이 마치 베틀 북이 좌우로 움직이며 천을 짜는 모습과 같음을 비유할 때 쓰인다.

함련(3, 4구)에서는 숲에서 산책하는 노인들의 한가로운 모습과 꽃길에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을 읊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散策(산책)-逍風(소풍), 花逕(화경)-樹林(수림)’으로 대구(對句)를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의 대구(對句)를 자세히 살펴보면, 散策(산책)과 逍風(소풍)은 두 글자가 합해져서 하나의 단어의 뜻을 이룬 시어로 대(對)를 맞추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樹林(수림)과 花逕(화경) 부분의 대(對)를 보면, 수림(樹林)은 樹(수)가 林(림)을 꾸며주는 구조의 단어이고, 이와 짝을 이루는 花逕(화경)도 花(화)가 뒤의 글자인 逕(경)을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 단어로 대를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대구(對句)부분은 겉으로 보이는 문장 성분만 서로 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글자 속에 숨어 있는 글자의 높낮이, 즉 평(平) 측(仄)도 서로 대(對)가 되게 맞춰야 한다. 이런 복잡한 작법(作法) 때문에 근체시 형식의 한시 창작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시 작가들은 이런 한시 창작의 어려움을 한시 창작의 참맛으로 여기며, 어려운 작법 속에서 노련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만들어 내며 성취감을 맛보곤 한다.

경련(5, 6구)은 자신의 느낌을 쓰는 부분으로, 동트는 새벽에 붉은 태양이 발하는 황금빛 풍경을 금 병풍으로, 초록이 짙어가는 산 그림자를 옥 장막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직접적으로 색깔을 나타내는 시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금과 옥으로 새벽의 황금빛과 초록이 짙어가는 옥빛 산 그림자를 묘사하며,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미련(7, 8구)에서는 꾀꼬리 소리 들을 수 있는 푸른 나무와 방초가 우거진 들의 정자에서 술잔을 들며 한가롭게 시를 읊조리는 모습을 언급하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꾀꼬리와 제비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생동감을, 숲에서 산책하는 노인들과 꽃길에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에서 편안함과 한가로움을, 금빛으로 물든 새벽 풍경과 옥 장막을 펼친 듯한 산 그림자 모습으로 시각적 효과를, 그리고 녹음방초의 향기로움으로 맑은 후각의 느낌까지 전해주며, 한 폭의 살아있는 그림 같은 시를 엮어내고 있다.

이 시의 작가는 이미 개인 한시집을 발간한 경력이 있는 작가이다. 위의 시와 해설에서 봤듯이, 작가는 시어 선택이나 표현의 기교면에서 노련한 창작의 묘를 발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서귀포신문 (영주음사)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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