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당구클럽 4일 오후 서바이벌 당구대회 개최.. 당구 마니아 18명 참가

당구장에 카지도에서나 볼 수 있는 둥근 칩이 오고간다. 도박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득점을 칩으로 보상하는 과정이다. 이른바 서바이벌 당구대회인데, 무림의 고수들도 적응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혀를 찬다.

Y당구클럽 월례대회가 4일 오후 열렸다. 당구장 주인인 양윤철 씨가 주관하는 대회로 지난달에 이어 2회째를 맞는다. 서귀포 당구 고수와 마니아들 18명이 참가해 열전을 벌였다.

양윤철 대표는 지난해 중앙동사무소 인근에 당구장을 개업했다. 학원이 있던 105평 규모의 상가를 임차해 리모델링을 통해 산뜻하게 분위기를 전환하고 국제식 당구대 5개와 중대 5개를 갖췄다. 당구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스포츠로 육성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양 대표는 당구장을 찾는 고객들과 당구에 열정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 나누기.
서바이벌 대회에 사용되는 칩. 3쿠션으로 득점을 올릴 때마다 경쟁 선수의 칩을 뺏어오는 방식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참가비 2만 원씩 납부한다. 이렇게 36만 원이 모였는데, 모두 상금으로 지출한다. 우승 상급은 20만 원, 준우승은 10만 원, 공동 3위 두 명을 뽑아 3만 원씩 지급한다.

대회를 치르려면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당구 테이블 4대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받지 않는다.

이번 대회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졌다. 18명을 4명 혹은 5명씩 4개 조로 나눠 예선을 치르고 그중에 12명을 가려 4명씩 3개조로 나눠 2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2라운드를 통과한 8명을 두 개 조로 나눠 준결승전을 치른 후, 4명이 최종 결승 라운드를 치른다.

서바이벌 방식은 프로당구연맹(PBA) 예선이나, 서바이벌마스터스 본선을 치르는 종목이다. 선수들이 각자 기본 칩을 보유해서 경기를 시작하고, 3쿠션으로 득점을 올릴 때마다 경쟁 선수의 칩을 뺏는다. 전반과 후반 각각 40분씩 80분 동안 경기를 치른 후 보유한 칩이 많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다.

선수들끼리 실력 차가 크기 때문에 경기 전에 고수에게는 칩을 적게 지급하고, 하수에게는 많이 지급해서 시작한다.

그런데 서바이벌 방식에는 두 가지 큰 변수가 따른다.

우선 타순의 변수가 있다. 다음 선수에게 쉬운 공을 남기는 선수가 있고, 어려운 공만 넘겨주는 선수가 있다. 어느 선수의 뒤에 치는 가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진다. 다음은 집중력의 변수가 있다. 한번 공을 치고 나면 본인의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기 있는데, 이런 경우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당구 구력이 꽤 오랜 선수들도 서바이벌 방식에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해 양윤철 대표는 “여러 변수가 더해지면서 당구에 끝까지 긴장이 유지된다”라며 “그게 서바이벌 대회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 우승은 장승욱 선수가 차지했다. 준우승은 오성룡 선수가 차지했고, 이한주‧오남용 선수가 각각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대회를 주최한 양윤철 대표는 “대회가 2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실력있는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라며 “더 많은 선수들이 기량을 겨룰 수 있도록 계속 대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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