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대로 이해하기③] 실용주의와 중국을 향한 최대 압박

이용석 씨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제주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중국어와 영어 통역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용석 씨가 외신을 기반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한 기사를 보냈습니다. 독자들이 국제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용석 씨의 원고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송환법에 반대해 중국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시위를 폭동이라 칭했다.(사진은 KBS 화면 갈무리)

요새 중국을 보면, 액운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말(when it rains, it pours.)이 떠오를 법하다. 태풍 레끼마가 중국 동남부 연안을 강타하면서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3000억불 관세에 더해서, 전격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미 10주차에 이른 홍콩 시위는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8월 2일 오하이오 유세장으로 떠나기 직전, 트럼프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홍콩 시위를 폭동(riots)으로 표현했다. 물론, 이 표현은 국내외 미디어의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국내 미디어에서는 트럼프가 홍콩 시위대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는 등 자극적인 표제를 뽑았다. 그런데, 소식을 전달하는 언론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한가 보다. 같은 기사에 미 국무부의 홍콩시위 지지 표명과 상반된다는 사족을 달고 있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계통에 속한 국무부가 지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의견을 앞서서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는 것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인 상원 원내대표 맥코넬 의원 (Mitch McConnell, 공화당)은, 7월 23일 의회 연설에 이어서, 8월 12일 전 세계가 홍콩을 주목하고 있다고 트윗을 올렸다. 그러면, 홍콩 시위에 대해서 맥코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 홍콩 시위 문제로 중국 외교부와 설전을 벌인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고 앞서갔는가.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은 초당적으로 홍콩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협상의 총 지휘자이자 얼굴 마담 격인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협상에 도움 안 되는 뻔한 소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이 대목에서 트럼프의 실용주의를 읽는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는 것이다. 그의 실용주의적 성향은 대한민국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협상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철통같은 동맹’이라는 전통적인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방위비 분담을 현실화하라는 현실적 압박 전략을 구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동맹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까? 동맹의 상호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이 더욱 필요한 상대방에게 강한 압박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가 대통령인 한, 미국은 정확한 현실 인식하에 협상 상대방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혹자는 트럼프가 상거래 하듯이(transactional approach) 외교를 진행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상인 출신이라서 상거래처럼 접근한다는 비판은 고루하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이면서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그가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의 긍정적인 부분은 애써 무시하고, 전통적인 잣대로 손쉽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전문가의 단편적인 비판은 설득력이 약하다. 적지 않은 전문가 그룹들이 이러한 비판을 애용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인 한, 그들의 비판은 공허하다. 전문가의 의견은 현실을 설명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존재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필자의 눈에는, 과거와 다르게 부쩍 소외된 전문가 그룹들이 트럼프 비판을 통해서 자신들의 처지를 자위하고 있다고 보일 뿐이다.

8월 4일 트럼프는 3000억불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 10% 관세를 선언한다. 그러자, 마치 정상적인 시장의 반응처럼 중국 런민삐 환율이 폭등(포치: 破七)한다. 트럼프는 지체없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이렇게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국내 언론은 “中, 시간끌기에 격분한 트럼프…”라는 식으로 트럼프의 대응을 묘사한다. 이 대목에서 묻고 싶다, 기사를 쓴 기자는 트럼프가 격분한 표정이라도 봤는가? 아니, 격분했다는 외신이라도 봤는가? 큼지막한 표제를 뽑을 때엔,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 내용이 일국의 대통령을 비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몰아갈 땐 더욱 그러하다.

중국에 대한 관세와 환율 조작국 지정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트럼프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기조는 일관적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은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해서도 제재를 거두지 않고 있고, 이란과 베네수엘라도 또한 그러하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전임 정권의 정책을 유화적(appeasement)이라고 보고, 유화책을 철저히 불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불량 국가’를 대상으로 적당히 해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경제 상황을 우려한 트럼프가 강경 노선을 거둘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의 공약 이행을 재선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은 대선 공약과 다를 바 없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쇠퇴한 가장 큰 이유로, 과거에는 일본을, 현재는 중국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서 강경책을 거둘 가능성은 적다. 물론, 사업가로서 인생을 살아온 트럼프는, 웬만해선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말할 것이다. 손흥민의 양 발처럼, 트럼프는 사업가로서의 예리한 현실 인식을 국가간 협상 과정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한 때, 전문가가 이상인 시절이 있었고, 전문가(specialist)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여러 전문 영역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가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지도 오래되었다. 대통령 트럼프의 등장은, 제너럴리스트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는 아직 아닐지라도, 전통적인 스페셜리스트로서는 뭔가 부족한 시대가 되었음을 알리는 서막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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