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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우리는 일회용품 아니다[기고] 김희선 제주도농업기술원 비정규직 노동자
서귀포신문 | 승인 2019.08.21 11:02
제주농업기술원 해고노동자 김희선 씨.

‘일자리가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며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일터로 향했던 것도 지난 7월까지였다. 16년을 묵묵히 일했던 나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지금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긴 해고노동자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꿈도 그렸고 희망도 보여 시작한 직장생활이기에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일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사업을 보조하며 제주도 대표 밭작물인 마늘(장세미), 양파(싱싱볼), 브로콜리(뉴-탐라그린), 당근(탐라홍)등 우수한 품종들을 생산하고 농가에 보급해왔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신품종이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이렇듯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일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인정을 받아 많은 이들이 나를 찾을 만큼 나의 업무능력은 향상되고 발전해 나갔지만,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언젠간 정규직이 되겠지’라며 같은 희망을 꿈꾸며 묵묵히 일하던 동료가 축 처진 어깨로 퇴사할 때도 난 늘 같은 자리의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서 시작한 일이기에 더욱 책임감 있게 일했지만, 주부라는 활동시간보다 노동자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희망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아이가 세 번의 졸업장을 받고 대학생이 되어가는 동안 내가 매년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열 장이 넘게 쌓여갔고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는 하루하루와 1년, 2년…, 시간은 늘 눈을 뜨면 처음 자리로 돌아가 ‘다시 시작’의 반복일 뿐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발표도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이 정책을 시행한다고 했다. 16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해 온 나는 당연히 정규직전환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도는 농업기술원에서 내가 해 온 업무를 한시적이고 일시적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전환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16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오던 재계약마저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만료 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해고노동자가 되어버렸다.

종자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업무가 어떻게 한시적, 일시적인 일인지 제주특별자치도에 묻고 싶다. 책임과 의무가 있으면 권리라는 것도 같이 따라온다. 정규직전환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하면 당연히 그에 맞는 급여를 받듯 지금까지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권리도 꼭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말없이 일만 해왔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청춘을 바쳐 일만 해왔다. 그런데 마음대로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고 있다. 계약기간 만료라는 통지서 한 장으로 길거리에 내몰았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해고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외치고 싶다. ‘우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제주도는 부당해고 철회하고 고용안정 보장하라!’고.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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