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고전 맛보기⑳] 맬서스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Population, when unchecked, increases in a geometrical ratio, Subsistence increases only in an arithmetical ratio. A slight acquaintance with numbers will show the immensity of the first power in comparison of the second. By that law of our nature which makes food necessary to the life of man, the effects of these two unequal powers must be kept equal. This implies a strong and constantly operating check on population from the difficulty of subsistence.

인구는 통제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기초생필품은 단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숫자에 대해 조금만 알아도 첫 번째 위력(인구 증가)이 두 번째 위력(생필품 증가)에 비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게 된다. 인간의 삶에 음식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자연법칙으로 인해, 이 두 가지 비대칭적인 힘의 영향은 대등하게 조절돼야 한다. 이것은 생필품의 결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강하고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인구에 대한 통제를 암시한다.

인구는 인류문명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다.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1766년 런던 남부의 웨스트우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날 즈음에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 영국의 데이비드 흄 등 당시 계몽주의 석학들과 친교를 나눴다.

로버트는 16살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하고 1788년 제9위 수학과 학위시험 우승자로 졸업했다.

맬서스는 1798년에 익명으로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을 간행했는데, 책을 통해 당시 계몽주의 사조를 대표한 고드윈과 꽁돌세가 인간 이성의 완벽성과 사회진보의 필연성 등을 역설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애초에 익명으로 책을 간행했는데, 1803년에 처음으로 서명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맬서스는 그 결과로 확고한 명성을 얻게 됐다. 그는 생전에 <인구론>을 총 6판을 냈는데, 2판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평이다.

맬서스는 현실주의적,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속성을 고찰하고 사회변혁을 통해 인간의 복지와 인류의 이상을 실현할 있을 것이라던 이상적 사회주의, 계몽주의 등을 비판했다.

맬서스는 모든 생물은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영양분 이상으로 끊임없이 증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자연법칙은 그들의 성장을 일정범위 내로 제한한다고 봤다. 인류를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이 자연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류는 종족번식이라는 강력한 본능의 지배를 받지만, 이성이 작용해 자녀들의 양육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식량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게 만든 자연의 섭리는 인구가 생존가능 한도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도록 억제한다.

맬서스는 만일 인구증가 경향에 어떠한 억제도 가해지지 않는다면 세계 인구는 25년마다 2배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늘어난 인구는 지구 전역에 경작지 확대를 요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간지 거주민들을 몰아내거나 굶겨죽이는 부도덕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개척의 역사가 인디언을 멸종시키는 과정이라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이후 25년 동안은 식량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 다음 25년 동안 식량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작지가 확장되어 모든 기름진 땅에 경작이 진행되면 이후 생산량의 증가는 경작자의 개량 여부에 달려있다. 그런데 토지는 갈수록 지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맬서스에 따르면 인구가 식량생산량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증가하면 인구에 대한 억제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유아유기와 전쟁, 유행병 등이 만연해지고 그 결과 사망률도 증가한다. 이런 억제는 인구가 식량이 허용하는 범위 이내로 떨어질 때까지 지속된다.

소개한 대목은 <인구론> 첫 장 끝부분에 담긴 구절인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인구론>의 주제를 담고 있다. 70년대 박정희 정권도 인구제한 정책을 펼치며 자주 인용했던 구절이니, 불과 30여 년 전까지도 <인구론>이 우리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인구의 비약적 증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맬서스가 장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만은 아니다. 맬서스가 주의 깊게 들여다본 것은 절대인구의 증가가 아니라 인구와 식량의 상대적인 비율인데, 미래를 생각하는 분별력 있는 생활습관, 부양능력이 없으면 결혼을 자제하도록 하는 제도, 근면습관의 정착 등으로 파국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록 이전의 발전 속도로 사회가 진보할 수는 없지만, 사회전체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당대 학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비료의 보급과 우생학의 발전 등으로 식량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인류는 식량부족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면서 오히려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석유자원이나 수자원의 고갈, 쓰레기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인구론>은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인류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사람이다. <인구론>이 죽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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