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가정폭력은 가족을 해치는 총알이다.(사진은 pixabay wprhd)

가정폭력예방교육에서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폭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때리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물론 이 대답은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의 관점일까요?”라고 되묻는다면 “가해자요!”라고 즉각적으로 답변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때리는 것은 ‘가해자의 입장’인 것이지요. 또 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폭력은 누군가를 때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폭력은 무엇일까요?”라고 한다면 “맞는 것이요!”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폭력은 ‘맞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죽기 직전까지 맞아봤다는 피해자도 수두룩합니다. 자, 다시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맞을 때,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떠올리는 여러분의 답은 무엇입니까?

폭력을 쓰는 남편들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으로 아내를 밟고 일어서서 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잘못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가해자도 있습니다. 폭력남편은 흔히 술을 좋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습니다. 술은 오로지 가해자의 핑계이며 가정폭력에 있어서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할 뿐, 실제 가정폭력의 본질은 가장 가깝고도 친밀한 가족을 향한 공격성과 폭력성이 그 본질입니다. 공격성과 폭력성이야말로 실제 가족을 해치는 총알이며, 다만 술은 방아쇠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그 총구는 가족을 겨누고 있지요.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아내에 대해 일상적으로 무시와 멸시를 감행하며, 매사 비판적이고 심지어는 처갓집 식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말을 수시로 내뱉습니다. 대표적인 말이 피해자를 향하여 ‘너 나한테서 벗어나 도망가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을 거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 죽여 버릴 거다. 너희 식구들은 가만둘 줄 알아? 다들 죽여 버리고 말거야!’라고 협박합니다. 많은 아내들이 폭력남편으로 인하여 주변과 분리되어 고립되고 심지어는 친한 친구들과 친정식구에게서까지 멀어집니다. 혼인기간과 비례하여 접촉의 빈도수도 점점 떨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피해자가 친정식구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소중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거리두기’인 것입니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질투심과 수치심이 강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들은 아내의 모든 행동에 대해 의심하고 지나치게 통제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합니다. 의처증으로 표현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특히 휴대폰을 이용하여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처럼 따라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아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둘러댑니다.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매사에 트집을 잡고, 화를 벌컥 내면서 어느 순간 폭력을 행사합니다. 눈을 부라리거나 치켜뜨면서 혹은 째려보거나 노려보면서 욕설과 고성, 협박과 폭언을 일삼기도 합니다.

또, 가해남편은 ‘어휴, 저는 절대로 그런 일 없습니다’라면서 자기가 폭력자라는 것을 부인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폭력사실을 축소 혹은 왜곡하며 심지어는 폭력 사용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합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저 여편네가 나를 화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죠’라면서 말입니다.

가해자가 폭력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인격 이상자도, 정신병자이기 때문만도 아니며, 스트레스가 원인만도 아닙니다. 물론, 술이 원인도 아니며, 성장기에 폭력의 희생자이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이성을 잃어서?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가정폭력은 배운 행동(a learned behavior)의 발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가해자가 어떠한 이유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폭력의 상황에서 피해자는 공포 그 자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내가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그야말로 온 감각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가정폭력을 온전히 피해자의 관점에서 해석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폭력은 피해자에게는 ‘구타당하는 것’ 그리고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렇습니다. 

**칼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학설과 주장을 반영했음을 밝힙니다.-필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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