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날 특집 5] 한국 해양생태계의 보고, 문섬

제13호 태풍 링링이 제주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날, 문섬으로 떠나는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태풍이 6일 밤부터 제주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보가 있었다. 5일 낮에 유람선이 출항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오후 2시 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태풍 전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서귀포 해안선을 둘러보기 위해 유람선에 탑승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에어컨 빵빵한 객실을 포기하고 3층 갑판에 올랐다. 태풍이 밀어올린 더운 공기와 태양에 달궈진 갑판 열기가 더해져, 앉아 있어도 땀이 날 지경이다.

유람선은 후진으로 계류장을 벗어난 후, 새섬을 오른쪽에 끼고 서서히 서귀포항을 빠져나갔다. 새섬 동편 파식대지에서 동남쪽으로 돌출한 방파제 끝단에 항만 입구를 알리는 하얀 등대가 있다. 이 등대를 지나면 섬 하나가 눈앞에 들어온다. 문섬이다.

방파제 밖의 바다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물살은 항구 안쪽과는 다르게 거칠어졌고, 배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태풍으로 인해 멀리서 밀려온 너울은 유람선을 높이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주변에서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다는 아우성이 들렸다.

문섬은 서귀포동 산 4번지(94533㎡)와 산 5번지(새끼섬, 905㎡) 등 두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큰섬은 동서로 630m, 남북으로 300m에 이르는 타원형인데, 정상부의 높이는 85.7m인 용암돔 구조를 띠고 있다. 섬의 북쪽은 급경사를 이루는 반면, 남쪽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모양을 띠고 있다.

문섬 동쪽. 새끼섬이 있는 수역은 수면 아래 암석이 다양한 구조를 띠고 있어서 많은 종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곳이다. (사진은 장태욱 기자)

연구에 따르면 약 180만 년 전에 제주에서 최초로 화산활동이 시작됐다. 당시 폭발로 형성된 지층이 새연교 서쪽에 남아 있는데 이를 서귀포층이라고 한다. 그리고 약 100만 년 전에 육상으로 최초의 현무암 분출이 간헐적으로 이뤄졌고, 이후 90만 년 전에서 65만 년 전 사이에 점성이 높은 안산암질 마그마가 여러 곳에서 분출됐다. 산방산과 가파도, 문섬, 섶섬, 각수바위 등이 당시 형성된 대표적인 화산체다.

문섬은 조면암으로 이뤄졌는데, 생성 시기는 약 72만8000년 전이다. 당시는 해수면이 현재보다도 100미터 이상 낮아 이곳은 육지였다. 점성이 높은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분출해 산방산과 비슷한 종모양의 용암돔을 형성했는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해 섬이 됐다. 이후 파도에 의해 심하게 깎이면서 해수면과 나란한 방향으로 파식대지가 형성됐고, 파식대지 상부는 무너져 절벽(해식애)이 만들어졌다.

문섬 용암돔은 주변 숲섬이나 범섬에 비해 주상절리가 발달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타포니(풍화혈, tafoni)가 크게 발달하는데, 특히 남서쪽 사면에 대형 타포니가 모여 벌집구조를 이룬다.

갑판에서 사진을 찍던 도중, 물보라를 뒤집어썼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배가 문섬 근처로 가까워질수록 셔터 누르는 횟수가 늘었다. 그리고 좀도 가까이서 자세히 촬영할 수 있도록 2층 선수갑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연거푸 셔터를 누르는데 파도가 뱃머리에 부딪쳐 물보라가 솟구치더니, 온몸을 덮쳤다. 동승했던 러시아 승객이 괜찮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답은 했지만, 바닷물에 온몸이 젖었는데 기분이 어찌 괜찮겠나?

문섬은 우리나라에서 쿠로시오 지류인 대만난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그래서 섬의 주변은 기온과 수온은 주변 수역에 비해 놓은데 이는 난류성 생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서귀포 해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와 천지연폭포수, 정방폭포수 등이 유입되어 해양환경이 매우 복잡한 특성을 띤다. 또, 태풍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태풍에 의한 교란 현상도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영향으로 문섬 주변 해역은 온대 및 아열대 생물들로 다양한 생태적 특성이 나타나는 곳이다. 우리나라 타 해역에 비해 종 다양성이 매우 높고 생태계 또한 독특하다.

문섬의 발달된 암반 기질에는 약 15종의 연산호들이 군락을 이루고 서식한다. 문섬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연산호 군락을 관광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산호충류는 약 120여 종인데 그중 70% 이상이 문섬 주변해역에 서식한다.

문섬의 서쪽. 섬의 남북 비대칭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서남쪽은 특별히 침식을 심하게 받았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한국해양연구소는 지난 1993년 문섬주변의 생태계를 조사한 후 연산호 군락과 미기록 어종 등을 다수 확인하고 이 해역이 생태적 가치와 수중 경관적 가치가 높다며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수많은 연구가 이어져 문섬은 생태적 보전가치와 문화유산적 가치가 높다는 판단 아래 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 및 범섬 천연보호구역(문화재청 관보 제14556호, 2000)과 생태계보전지역(해양수산부고시 제2002-85호, 2002), 생물권보전지역(UNESCO, 2002) 등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섬의 남사면과 북사면은 형태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남사면의 경우는 파도에 이해 심하게 침식이 진행됐고 그 결과로 토양이 양호한 편이다. 반면 북사면은 토양퇴적이 불량하다. 이는 식물의 분포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남사면에는 담파룻와 구실잣밤나무 등과 같은 상록활엽수의 군락이 숲을 이루는 반면 북사면은 해송군락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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